"이젠 제발 강력히 처벌"…20개월 영아 살해범에 '사형제 부활' 외치는 여론
"흉악범죄, 제대로 처벌 못하나" 분노한 시민들
정치권에서도 '사형 집행 재개' 주장 나와
전문가 "사형제, 세계적 흐름 인권 문제와 배치"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20대 남성이 생후 20개월 된 영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사건과 관련, 흉악범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가해자를 사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사형제 존폐 관련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치권에서도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형제를 폐지하는 세계적 흐름과 인권 문제를 고려했을 때, 사형제도 부활은 쉽지 않으며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20대 남성이 20개월 영아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학대·살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크게 일었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유석철)는 지난달 27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살해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양모(29)씨와 사체은닉 등 혐의의 친모 정모(25)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의 조사기록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6월15일 새벽 대전 대덕구 주거지에서 20개월 된 의붓딸 A양을 이불로 덮은 뒤 약 1시간 동안 때리고 밟는 등 학대,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양씨는 A양이 잠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양씨와 정씨는 A양이 숨진 이후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은 뒤 집 안 화장실에 방치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특히 양씨의 반인륜적 과거 행적까지 알려지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누리꾼들은 "저런 흉악범은 살려둬선 안 된다" "인권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포용하기엔 흉악범들의 범죄가 도를 넘었다"면서 사형제 부활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사건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이런 놈은 사형해야 하지 않겠냐. 내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일본과 함께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다만 한국에서 사형 집행은 지난 1997년 12월30일 흉악범 23명에 대해 이뤄진 것이 마지막이며, 이후 지난 20여 년간 선고는 내려져도 집행은 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근거로 인권기구인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제는 존폐와 집행 재개를 두고 논쟁이 불거지곤 한다. 사형제를 찬성하는 입장은 미성년자, 아동 등을 상대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교화 가능성이 없으며 이들의 사회 복귀를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형 집행이 범죄를 예방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와 달리 반대 입장은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 사형 집행으로 범죄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든다.
국민 법 감정은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019년 리얼미터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형제 존치와 집행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2.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유지하되 집행은 반대한다'는 응답은 32.6%,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9.6%였다.
세계적 추세는 사형제를 폐지하는 쪽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형 집행 국가는 1998년 37개국에서 2017년 23개국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사형제 폐지를 법제화한 국가는 70개국에서 106개국으로 늘었다. 유럽연합(EU)은 가입 조건으로 사형제 폐지를 내걸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 역시 사형제는 지양해야 할 형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사형제도는 문명화된 사회와 인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고려했을 때 지양해야 할 제도"라며 "사회 영구 격리가 필요한 흉악범에 대해서라면 사형제 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사형제도를 다시 도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기보단, 지금까지 흉악범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양형이 적용됐는지, 출소 후 범죄자 관리는 적절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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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형제도는 사형집행을 적용받는 범죄자의 인권뿐 아니라 집행하는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라며 "사형은 한번 집행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고, 오심으로 인한 재심 사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형제도 부활로 흉악범죄가 줄어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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