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중고차 진출에, 중고차업계 신차판매권 요구 어깃장
중고차 시장 매년 커지는데 소비자 피해만 늘어

중고차 불법·사기에 소비자 분통…정부·중고차업계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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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국내 완성차 회사들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다시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중고차 업계의 밥그릇을 지켜주려고 실제 소비자인 국민들의 권익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중소기업을 키우겠다고 규제를 남발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비자들 모두 피해를 입고 과실은 외국계만 챙겨가는 규제의 역설 현상이 자동차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31일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 관련 최종 합의안 마련에 실패한 것은 중고차 업계의 밥그릇 챙기기와 정부의 책임 회피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협의회는 완성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결국 막판에 중고차 업체들이 요구한 신차판매권에 발목이 잡혔다.

중고차 회사들은 상생을 위한 방안으로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중고차 판매 대수만큼 신차 판매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완성차 업체가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에 신차 판매권을 줄 경우 이는 신차 딜러(영업사원)의 일자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상생협약이 또 다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고차 거래대수는 지난해 기준 387만대로 역대 최대였다.


중고차시장은 신차시장의 1.3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여전히 상품 및 서비스의 질은 낮고 사기 판매 등의 불법적인 거래가 다반사로 일어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지난해까지 중고차 중개와 매매와 관련한 불만 상담건수는 총 2만1662건으로 전체 품목 중 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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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허위매물 여전, 낙후된 시장 구조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가 불만이 높은 이유는 실제 차량의 성능을 조작해 허위로 판매하는 등 불법과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구입 과정에서 소비자가 감금과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낙후된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중고차시장을 개방해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 혼탁, 낙후됐다고 인식했다. 중고차시장의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도 중고차시장 개방이 늦어지는 주요 이유로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책임 회피가 꼽힌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9년 2월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허용 여부만 결정하면 되는데 2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중고차 업계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결정을 미루고 있어서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이 보고 과실은 중고차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외국계 대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BMW의 경우 2016년 인증 중고차 판매량이 6900대에서 2018년 1만1687대로 뛰었고, 벤츠는 같은 기간 2635대에서 4640대로 늘었다.


이는 다른 업종에서도 나타나는 규제의 역설 현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I(시스템통합) 업종이다. 정부가 과거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IT 사업에 국내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의 참여를 제한하자 IBM, HP 등 외국계 기업이 일감을 가져갔다. LED(발광다이오드)업종 역시 정부의 대기업 참여제한으로 필립스 등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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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련 시민단체인 교통연대 관계자는 "이해당사자들이 소비자 보호보다는 서로만의 입장을 고집하며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실정"이라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고차시장 전면 개방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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