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계 아마존' 파페치, 고공성장 비결은? [히든業스토리]
글로벌 이커머스 '아마존'도 접근 힘든 명품업계
창업 14년 만에 평정한 英 온라인 플랫폼 '파페치'
포르투갈 출신 사업가 호베 네브스 CEO 설립
금융위기 딛고 명품 브랜드 잇는 '다리' 역할 자처
IT 기술 통해 온·오프라인 소비자 경험 결합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명품업계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조차 쉽게 평정하지 못할 만큼 온라인화에 배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률을 과시하며, 당당히 '명품업계 아마존'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이 있다. 지난 2007년 포르투갈 출신 사업가 호세 네브스가 설립한 글로벌 온라인 명품 플랫폼 '파페치'다. 파페치는 어떻게 전자상거래에 회의적이었던 명품 회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났을까.
◆아마존도 정복 못 한 명품업계, 파페치는 해냈다
아마존은 지난해 9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기반의 '럭셔리 스토어'를 야심차게 출범한 바 있다. 럭셔리 스토어는 VIP 고객들만 쇼핑할 수 있는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그러나 설립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올해 1분기 말까지 럭셔리 스토어에 참여한 유명 명품 브랜드는 12개에 불과하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럭셔리 스토어의 이같은 현황에 대해 "여전히 아마존에게 짐이 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명품업체들이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선뜻 참여하길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최저가 판매'가 최대 장점인 온라인 쇼핑몰과 명품의 고급화 전략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 고유 정체성을 최고 경쟁력으로 여기는 명품 특성상, 다양한 판매자들이 한데 모이는 쇼핑 앱은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 쇼핑몰은 위조품을 선별해내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명품업계가 '러브콜'을 보내는 온라인 플랫폼이 존재한다. 지난 2007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명품 전문 전자상거래 기업 파페치다.
파페치는 지난해 11월 까르띠에·몽블랑·IWC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 명품업체 '리치몬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로부터 11억달러(약 1조2840억원)를 투자 받고 중국 사업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도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파페치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가입자 수는 한 해 동안 90만명 이상 늘었고 앱 다운로드 수도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접속자 수가 늘어나면서 사이트 트래픽은 60% 넘게 치솟았다. 파페치의 주가는 지난해 3월 8달러(9337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2달러(4만9022원)를 상회한다. 한 해 동안 약 500% 이상 증가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회 삼아 명품 플랫폼으로 부상
파페치는 지난 2007년 포르투갈 출신 사업가 호세 네브스 CEO가 영국 런던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런던의 테크 기업들이 몰리는 '테크 시티'에 자리 잡은 파페치는 창립과 동시에 역경을 겪었다. 창업 이후 1년이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급작스럽게 투자자금이 동결된 것이다.
그러나 네브스 CEO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악화하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명품업체들도 새로운 매출 창구를 찾아야만 했다. 파페치는 이 시점에 명품 브랜드와 온라인 매장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신뢰를 얻었다.
까다로운 명품 브랜드의 마음을 얻어낸 파페치의 경영 비결은 명품에 특화된 솔루션이다. 어린 시절 구두 장인인 할아버지 밑에서 의류와 패션 산업에 대해 배운 네브스 CEO는 명품 산업의 생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파페치는 IT 기술을 통해 브랜드의 큐레이팅을 자처하고, 까다로운 배송 관리를 도맡아 했으며, 위조품 관리와 고객 대응에 모든 역량을 기울였다.
특히 파페치는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보는 소비자들의 눈을 만족시키기 위해 브랜드의 사진 촬영 비용을 대신 지불하고 품질을 관리하는가 하면, 직접 고객 서비스센터를 차려 소비자들의 불만과 건의사항을 처리했다.
◆온·오프라인 매장 연결해 차별화…"명품시장 복원력 강하다"
소비자 경험을 증대하기 위한 파페치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파페치는 전자상거래 업체이지만,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네브스 CEO는 과거 한 패션 매체와 인터뷰에서 "매장은 쇼핑 경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패션 제품은 고객이 직접 입고 거울을 보고 평가를 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결합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하기 위해 파페치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동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파페치가 지난 2018년부터 뉴욕 등 세계적 대도시에 열고 있는 '미래의 상점(store of future)'이 있다.
이 명품 매장들은 파페치의 온라인 앱과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고객의 온라인 쇼핑 데이터를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의 직원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거나, 반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이 고른 제품 데이터를 분석해 온라인 몰의 추천 순위가 바뀌는 방식이다. 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쇼핑을 도와주기도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것을 넘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린 셈이다.
파페치 또한 지난해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대유행에 한동안 큰 혼란기를 겪었다. 그러나 네브스 CEO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파페치가 명품 산업의 진정한 승자로 떠오를 거라 확신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16일 투자자들에게 전송한 서신에서 "제가 파페치를 처음 창업했을 때, 미국 금융 기업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세계적인 불황이 이어졌다"라며 "당시 우리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전세계의 브랜드들을 연결하고 큐레이팅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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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2009년 글로벌 대침체 당시 명품 시장은 8% 위축됐지만, 다음해에는 14% 성장했다"라며 "팬데믹으로 명품 구매가 위축되더라도 3000억달러(약 350조원) 규모인 명품시장의 복원력은 매우 강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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