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투여 이어 교차접종 실수…잇단 '백신 오접종'에 불안한 시민들
국내 백신 접종 개시한 2월 이후 오접종 400여건
일각선 의료진 피로 누적, 원인 지적도
전문가 "근본적으로 훈련 안된 인력 부족 문제"
지난 21일 서울시 양천구 건강힐링문화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강원도 강릉시에서 교차접종이 되지 않는 모더나 백신을 2차 접종 대상 주민 40명에게 오접종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는 이번 오접종이 의료진 실수인 것으로 보고 재발 방지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연이어 발생한 오접종 사례로 일부 시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장기화와 관련 업무 폭증 등으로 인해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된 점을 오접종의 한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오접종은 근본적으로 훈련이 안 된 인력 부족 문제가 원인으며, 의료 환경을 개선해 실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강릉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강릉의 한 의료기관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2차 접종 대상자 40명에게 모더나 백신을 오접종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임상 자료 등이 충분치 않아 AZ 백신과 모더나 백신의 교차 접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주민 40명은 모두 1차 접종에서 AZ 백신을 맞았으며, 2차 역시 AZ 백신 접종이 예정돼 있었으며, 예진표 상에도 2차 접종 백신은 AZ 백신으로 표기돼 있었다.
시와 보건당국은 이번 오접종이 의료진의 단순 실수로 일어난 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접종은 이 의료기관에 최근 입사한 신규 직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접종은 다른 직원이 AZ 백신이 아닌 모더나 백신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인지하게 됐다.
백신을 잘못 접종받은 주민들은 현재까지 특별한 이상 반응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앞으로 일주일 이상 반응 유무를 추적 조사할 방침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오접종 사례는 최근에 또 있었다. 지난 12~13일 충북 청주의 한 의료기관에선 주민 10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정량보다 5∼6배 이상 많이 투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식염수를 희석해 사용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을 원액 그대로 주입하는 모더나 백신으로 착각해 빚어진 일이다. 이번 오접종 사고 역시 신입 간호조무사의 실수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백신 접종할 때 누구나 이상 반응을 겪는 등 위험부담을 갖고 있는데, 최근 접종 과정에서까지 실수가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누구나 불안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개시된 지난 2월26일부터 7월16일까지 약 2147만건의 접종 중 오접종은 0.002%에 해당하는 426건이다.
이 중 과다 또는 정량 미달 투여 등 접종 용량을 지키지 않은 오류가 2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백신 종류 관련 오류 86건, 접종 시기 오류 71건, 접종 대상자 오류 34건, 접종 방법이 잘못된 사례 1건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에 발생한 사례까지 더하면 오접종 건수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오접종 사례 중 현재까진 다행히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나타난 경우는 없었지만, 많은 시민이 여전히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오접종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백신 접종 속도전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 등으로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오접종 발생의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접종 속도를 최대한 끌어 올려 추석 연휴 전 국민 70%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0월까지는 2차 접종까지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전문가는 의료 환경을 개선해 오접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기간에 많은 사람에게 접종이 이뤄지다 보니 착오가 발생하는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훈련받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오접종은 의료진 한 사람당 접종 인원을 줄이고, 인력은 늘리는 등 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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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교수는 이어 "백신 같은 경우 오접종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접종량을 적게 투여했을 때 면역 유도 효과가 떨어질 순 있지만, 양을 많이 투여하거나 백신 종류가 바뀌어도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라며 "다만 오접종은 최소화해야 하고, 이런 사고를 발생시키는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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