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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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에서 폭염, 집중호우 등 자연재난과 관련된 심상치 않은 소식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여름 전남, 강원 등에서 발생한 수해로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중국, 일본, 유럽 각지에서도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또 캐나다, 미국, 호주 등에서는 장기화된 폭염으로 대규모 산불이 이어지기도 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UN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더 높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1.5℃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증가의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기후변화라는 용어 대신 기후 위기(climate crisis), 기후 재난(climate disaster)과 같은 대체어가 등장하고 있는 실태이다.

현대 사회, 특히 대도시에서의 재난 피해는 복잡하게 연결된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연재난인 폭염의 경우 흔히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그런데 장기화될 경우 전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에너지 위기, 노후 전기시설 과부하 등에 따른 지역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의료시설이나 정보통신서비스 마비로 연결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로 집중호우는 단시간에 상당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퇴근시간인 저녁 6시에 일기예보도 예상 못한 갑작스런 엄청난 폭우를 가정해 보자. 쏟아지는 비가 도시의 배수시설 용량을 초과하면서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곳곳이 침수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폭주하는 사고 신고는 관련기관의 비상대응체계에 과부하를 가져온다. 이때 상황정보 취합?분석?판단 및 전파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면 퇴근길 지하철역과 도심터널 등이 침수되어 많은 사람들이 갇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너무 과한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지난 7월 중국의 허난성 지역에서 벌어졌다. 허난성 정저우시에는 3일간 해당지역의 연간 평균 강수량에 육박하는 617mm의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수백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닥칠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먼저 기존에 상정해 둔 재난 예상피해 시나리오를 재검토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되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폭염, 집중호우, 가뭄 등이 역대 최고, 최장 등의 수식어를 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시나리오 재검토에 따른 대책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사안별로 정책에 신속히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재난발생 시 신속하게 작동해야하는 재난대응 협업체계를 강화해야한다. 대형화재, 건물붕괴 등의 재난은 지역 소방기관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기관과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기후재난에 따른 전대미문의 집중호우, 폭염 등을 현재의 체계로 극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이제는 새로운 재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더 강력한 구심점과 협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정비되어도 컨트롤타워 운영, 상황정보 취합 및 전파, 취약시설 대피, 인명구조, 긴급복구 등이 실제의 혼란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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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가 연설에서 했던 말이 있다. “The time to repair the roof is when the sun is shining.(지붕을 고쳐야 할 때는 햇빛이 비칠 때이다.)” 중국에서 천년 만의 폭우라 했던 상황이 언제 우리에게도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더 튼튼한 지붕을 갖추어야 할 때가 지금이라는 것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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