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도끼질, 방화까지 이어져…살벌한 층간소음
1년간 이어진 층간소음 갈등에 '흉기 난동'
살해 협박, 방화 시도 등 심각한 범죄도 잇따라
코로나19로 층간소음 스트레스 커져…지난해에만 민원 4만여건
전문가 "완전한 해결책 없어…경청·대화 통해 관리해야"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갈등이 단순한 다툼을 넘어 '흉기 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스트레스 또한 한계에 치달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한 층간소음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이웃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7일 경남 통영경찰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흉기를 휘둘러 아파트 아래층 주민을 다치게 한 혐의(상해)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씨는 통영시 한 아파트 5층에 사는 주민으로, 그는 지난 14일 밤 자신이 사는 아파트 바로 아래층 주민 B 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약 1년간 이어져 온 것으로 조사됐다. B 씨가 지속해서 층간소음을 항의했지만 A 씨는 소음을 낸 적이 없다고 맞서며 갈등이 불거졌고, 참다못한 B 씨가 A 씨 집을 찾아가자 A 씨는 손도끼를 휘둘러 B 씨의 신체 부위에 상처를 입혔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흉기를 소지한 채 B 씨를 맞이한 이유에 대해 "피해 예방 차원에서 들고 있었던 것"이라며 "B 씨가 덤벼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불구속 입건했다. 또 실제 이 아파트의 층간소음 수준 등을 확인하는 등 구체적인 사건 발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최근 이웃 주민 간 층간소음이 흉기난동, 방화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서는 위층의 층간소음을 참지 못한 한 남성이 둔기로 현관문을 부수고 강제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이 남성은 소음을 낸 이웃집 현관문 손잡이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치는가 하면, "죽여 버린다. 문 열어라"라며 협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광주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남성이 남의 집 현관문 앞에 불을 지르려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던 이 남성은 계속되는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자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9년 동안 전국에서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총 20만600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에만 4만2250건이 접수돼, 전년 대비(2만6257건) 61%나 폭증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기관을 설치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거시설에서 층간소음 갈등이 발생하면, 우선 관리사무소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사무소 상담 이후로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전문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제기, 방문상담 및 실제 소음측정 등을 받을 수 있다. 소음측정 결과 층간소음 기준치를 초과하는 소음이 나온다면 이를 근거로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에 조정을 요청하면 된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중재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다툼이 벌어지면 막을 방법이 없는 데다, 중재기관의 조정 방안도 별다른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앞서 통영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도 아래층 주민 B 씨는 6개월 전 이웃사이센터에 정식으로 중재 상담을 요청했지만, 갈등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한 층간소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하며, 이웃 간 지속적인 대화와 경청,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거공간 층간소음 전문가인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지난 20여년간 층간소음 사례를 봐오면서 알게 된 사실은 공동생활공간에서 층간소음을 완전히 없앨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는 것"이라며 "상담 후 조정과 함께 갈등이 불거진 이웃들이 서로 경청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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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서로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며 "층간소음은 완전히 해결하는 게 최종 목적이 아니라, 서로 합의를 통해 관리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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