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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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저축과잉은 2005년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과 중국 간 막대한 규모의 수지불균형(글로벌 불균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2001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공산품을 전 세계로 쏟아냈다. 그 결과 중국과 미국은 막대한 무역흑자와 적자에 빠졌으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노동은 경쟁에서 밀렸고 소득불평등은 크게 증가했다.


버냉키는 두 나라 간 수지불균형을 저축의 불균형, 특히 중국의 저축과잉에서 비롯한 것으로 설명했다. 대미 흑자로 조달된 중국 자본은 미국으로 재유입되었다. 저축이 부족한 미국에 소비 등 지출에 소요되는 자금을 빌려준 셈이며, 결과적으로 무역불균형은 더 심화됐다. 한편 스스로 글로벌 안전자산을 생산할 수 없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 막대한 보유외환을 확충했다. 글로벌 저축과잉은 중국 등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수요에 비해 저축의 공급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현상이다. 그 결과 21세기에 들어 글로벌 경제의 실질금리는 하방압력을 받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남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투자수요의 위축으로 실질금리는 더 낮아졌다.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실질금리로 인용되는 미 정부가 발행한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은 2010년 4분기에 들어 마이너스 값을 보이기 시작했고 학계에서는 장기침체가 회자됐다.


영란은행(BOE) 출신의 저명한 학자 굿하트가 공저한 ‘대(大)인구역전’(2020)은 조만간 이 추세가 반대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및 아시아 신흥국의 노령화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어들어 생산활동은 위축되고 대신 소비활동이 늘어나게 한다. 그 결과 중국 등 신흥국들은 글로벌 경제에 디플레이션 대신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게 돼 글로벌 저축과잉은 사라진다. 나아가 신흥국들의 노동공급이 부족해질 때 선진국 실질임금이 올라 소득불평등은 완화되고 이에 맞서 기업들의 자동화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 글로벌 경제의 실질금리도 오른다.

이 예측이 들어맞을진 알 수 없으나, 미래 글로벌 경제에 대한 생각의 틀을 제공한다. 우선 중국 등 신흥국이 디플레이션을 전 세계에 수출했을 때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맞대응했다. 그 결과 물가안정 대신 자산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으며 빚이 늘었다. 반대로 이들 나라가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면 중앙은행들은 긴축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자칫 자산 디플레이션이 일어나 빚이 성장을 가로막는 부채 오버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위기는 극도의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을 초래해 정부 빚도 빛의 속도로 늘어나 부채 오버행은 더욱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다음은 국가채무의 지속가능성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높은 수준이라 하더라도, 실질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국가채무는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됐다. 그러나 대인구역전은 글로벌 경제의 실질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만약 높아진 실질금리가 한 나라의 성장률을 초과할 때 국가채무 수준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국가부도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인구역전의 변곡점이 언제 올지 모르나, 인구학의 예측력이 매우 높은 사실을 고려할 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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