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연달아 빅테크 규제
막강한 독점력 행사하는 플랫폼 기업들
공산당 위협되기 전에 '군기 잡기'
美서도 아마존·페이스북 등 독과점 우려
G2 '빅테크 길들이기' 나서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 / 사진=연합뉴스

중국 항저우의 알리바바 본사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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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최근 중국 정부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해 연달아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디디추싱, 사교육 플랫폼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사업체들에 대해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까지 떠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 칼날의 표적이 된 것은 중국 플랫폼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 IT 산업을 보유한 미국에서도 이른바 '빅테크'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드라이브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얕은 규제 장벽을 통해 수월하게 번창했던 테크 기업들이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는 회의론이 부상하는 이유입니다.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단속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를 기점으로 시작됐습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핀테크(디지털 금융) 포럼 '번드서밋'에서 "서구는 신용 기반의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반해 중국은 전당포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비판을 쏟아냈다가, 돌연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윈이 공산당의 미움을 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여러 플랫폼 기업들을 직·간접적으로 제재했습니다. 공유차플랫폼인 '디디추싱'이 미국 유가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시도하자 국가 안보 문제를 들어 규제했고, 최근에는 사교육 플랫폼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IT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잇따른 규제 리스크 때문에 중국 투자의 '큰 손'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금융 매체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일본의 테크 투자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를 종잡을 수 없다면서 리스크가 가라앉을 때까지 중국 기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최근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가라앉을 때까지 추가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최근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가라앉을 때까지 추가 투자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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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왜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기 시작했을까요? 일본 비즈니스 잡지인 '니케이 아시아'는 중국 시장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너무 거대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디지털 산업 규제가 대체로 얕은 편인 중국에서는 극소수의 초대형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데, 이들의 힘이 공산당에게 위협이 되기 전에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금산분리 개념이 미약한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위챗, 앤트그룹 등이 단순한 인터넷 플랫폼을 넘어 소매, 서비스, 금융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또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인터넷이 다른 나라와 크게 단절돼 있고, 해외 업체가 진입하기도 힘듭니다. 국내 빅테크들의 독점력이 엄청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빅테크가 '눈엣가시'로 전락한 것은 중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의 IT 산업을 보유한 미국에서도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드라이브에 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미국 빅테크 독과점 관행 규제를 설계할 3인방을 임명했습니다.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특별 고문으로 이들 세 명 모두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빅테크 독점에 반대하는 것으로 매우 유명합니다.


미국 또한 빅테크의 독과점력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을 보면, 유통업뿐 아니라 오늘날 디지털 산업의 핵심으로 취급되는 클라우드 사업도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유통망과 서버 인프라를 거치지 않는 미국 기업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셈입니다.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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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도 입법으로 빅테크 규제안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하원은 빅테크를 겨냥한 5개의 독점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사를 인수하거나, 플랫폼에 가입한 유저의 개인정보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에만 적용되는 '플랫폼 독점 종결법'도 있습니다. 이 법은 빅테크 기업의 특정 사업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국가총생산(GDP)과 IT 기업들을 보유한 미국, 중국 모두 본격적인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섰습니다. 세부적인 규제 수준이나 정책의 강약은 다르지만, '빅테크의 독점력을 줄인다'는 최종목적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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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빅테크들은 인터넷이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자유롭게 번창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훨씬 까다로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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