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사격의 신·배구 여제, 도쿄서 '마지막 불꽃' 피운다
진종오, 매일 300방씩 쏘며 실전 감각 회복에 총력
김연경 "최대한 늦게 돌아올 것" 결연한 의지로 대표팀 하나로
나이 이길 장사 없다고 했다. ‘사격의 신’과 ‘배구 여제’도 예외는 아니다. 진종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 최고령 선수다. 마흔두 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남자 50m 권총 은메달을 딸 때 ‘수영 샛별’ 이은지(15·오륜중)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김연경은 서른세 살이다. 배구 코트에서 연장자에 속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은 전성기와 거리가 있다. 진종오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남자 10m 공기권총 대표선발전에서 4차전까지 7위(2313점)였다. 경기 감각과 신체 리듬 모두 흐트러졌다. 다른 팀 지도자는 넌지시 은퇴를 권했다. 진종오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다 끝났다고 푸념했죠. 기록 차이가 너무 컸어요. 정말이지, 포기할까 생각했죠."
헝클린 마음을 다잡고 사대에 오르자 반전이 일어났다. 마지막 5차전에서 585점을 쐈다. 합산 결과, 한승우(창원시청)와 공동 2위(2898점). 태극마크는 상위 두 명에게 주어진다. 동점자가 나오면 우선순위는 국제대회에서 올림픽 쿼터를 가져온 선수에게 돌아간다. 2018년 창원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쿼터를 따낸 진종오는 극적으로 도쿄행 티켓을 예약했다.
김연경의 올림픽 출전권 획득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대표팀은 2019년 대륙간예선 최종전에서 러시아에 2-3으로 졌다. 1·2세트를 연속으로 따내고 3세트에서 20점 고지까지 선점하고 역전패했다. 평균 신장이 8㎝ 큰 러시아의 블로킹에 삽시간 주도권을 뺏겼다. 올림픽 본선 직행 실패에 김연경은 좌절했다. "내가 더 잘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미리 ‘이겼다’라고 생각해서 흔들렸다. 아직도 우리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다음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두 번 실수는 없었다. 김연경은 지난해 1월 올림픽 티켓 한 장이 걸린 아시아대륙 예선에서 진통제를 먹어가며 투혼을 발휘했다. 특히 태국과 결승에선 찢어진 복근을 움켜쥐며 22득점해 3-0 완승을 견인했다. 생애 세 번째 올림픽 출전. 아직 메달은 없다. 엄마뻘 선배들의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김연경은 숙원을 풀어줄 적임자로 기대를 받아왔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2년 런던올림픽이 절호의 기회였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대표팀을 36년 만에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역대 최다득점 신기록(207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밀려 아쉬움을 삼켰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8강 진출에 그쳤다.
이번 대표팀은 전력이 더 약하다고 평가된다. 주축 선수인 이재영과 이다영이 과거 학교폭력으로 제외됐다. GS칼텍스의 3관왕을 견인한 강소휘도 오른 발목을 수술받아 빠졌다. 김연경은 이런 현실 때문인지 메달 획득보다 조별리그 통과를 1차 목표로 밝힌다. "현장에 가서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최대한 한국에 늦게 들어왔으면 한다. 있는 힘을 다 쏟아내겠다."
결연한 의지는 대표팀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배구대표팀 감독이 ‘한국의 보물’이라 극찬할 정도다. "그냥 주장이 아니다. 카리스마와 실력, 친화력으로 팀 모두를 뭉치게 한다." 그는 다양한 플레이를 구사하는 김연경이 중심을 잡고, 탄탄한 조직력으로 맞선다면 어떤 팀도 해 볼 만하다고 자신한다. 김연경은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올림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관심도 상당하다. 그만큼 나를 믿고 가겠다."
진종오는 다섯 번째 올림픽인 만큼 조금 더 여유가 있다. 지난 18일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다른 선수 가족들을 안심시킬 정도다. "한국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걱정해주시는 가족분들이 많으신데, (방역 수칙에 따라) 잘하고 있으니 괜찮을 것 같다."
지금까지 목에 건 올림픽 메달은 금메달 네 개, 은메달 두 개 등 여섯 개. 이번에 추가하면 양궁의 김수녕(금메달 4개·은메달 1개·동메달 1개)을 넘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신기록이다. 진종오는 "욕심이 없다면 거짓"이라면서도 "그 마음을 내려놓고 집중해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준비는 거의 끝났다. 대표팀 발탁 전부터 매일 300발씩 쏘며 실전 감각을 회복해왔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체력을 보강해 불혹에 따른 피로도도 낮췄다. "컨디션은 좋다. 점수가 2% 부족한데, 그것만 딱 올라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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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50m 권총은 혼성 단체전이 생기면서 폐지됐다. 큰 문제는 아니다. 이번에 나서는 10m 공기권총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땄던 종목이다. 진종오는 "실탄만 다를 뿐 문제없다"라고 자신했다. 경기는 개막 다음 날(24일) 열린다. 결전을 앞둔 대한민국선수단 사기를 북돋아 줄 기회다. "주위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며칠 남지 않은 만큼 잘 조율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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