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총체적 난국에 빠진 방역대책
찜통 더위가 이어진 19일 서울시청 앞 광장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냉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천252명 늘었다. 일요일에 발생한 확진자(월요일 0시)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힘들다’, ‘지친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최근 1년간 우리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들일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복되는 대유행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지도 1년이 훌쩍 넘었다. 오락가락하는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자영업자의 호소로만 치부되던 피로감은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정부가 방역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구멍이 발견됐고, 모두가 그 빈 틈 사이로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 피서객들이 타 지역으로 몰리는 ‘풍선효과’ 역시 그런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혹자는 ‘이 시국에 꼭 여행을 가야겠냐’며 피서객들을 나무란다. 지난 주말 강화도로 르포 취재를 갔던 기자 역시 식당과 도로에 가득 찬 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은 마냥 휴가를 즐기는 이들의 것이 아니었다. “좀 진정되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일 최다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서는 ‘끝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지치는 느낌이었죠.” 한 시민의 말이 참 가슴 아프게 들렸다.
거리두기 4단계를 피해 강화도로, 강릉으로 피서를 가는 것은 불법도 꼼수도 아니다. 10시가 넘어서까지 술을 마시고 싶은 이들이 비수도권으로 원정을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부의 방역 조치에 걸림돌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정부의 성급한 판단이 불러온 결과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여전히 500명 안팎을 기록할 때 정부는 ‘백신 인센티브’라는 명목 하에 실외 노마스크, 백신 접종자 인원 제한에서 제외 등의 안일한 조치를 예고했다. 그 직후 거짓말처럼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방역 심리를 느슨하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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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되지 않은 방역 대책이 국민을 사지로 내몰았다. 이제는 많은 국민이 코로나19에 감염돼서 죽으나 통제된 일상에 지쳐 답답해서 죽으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사회적 접촉을 줄여야 할 때라며 또 다시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불완전한 방역 대책에 대한 책임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쏟아지는 오늘의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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