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로 코너 몰린 韓…민간기업 기술혁신 지원에 팔 걷은 정부
그린피스 "철강업계, 2030년 탄소국경세 5438억…유럽 수출액의 16.67%"
산업부, 철강 1조 포함해 탄소중립 R&D에 5조 투입
지원금도 중기 수준 R&D 비용의 67%로 상향
민간 기업, 탄소중립 부담 완화 위해 세제·금융·규제특례 등 인센티브 제공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2030년까지 산업·에너지 부문의 탄소감축 신기술 연구개발(R&D)에 5조원을 쏟아붓기로 한 건 '탄소중립'에 국내 기업의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국가 내부적으로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하지만,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발표에 이어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시사하는 등 탄소감축이 역행할 수 없는 글로벌 흐름이 되면서 무역으로 먹고 사는 국내 다탄소배출 제조기업들이 코너에 몰린 것. 재계에선 범정부 차원에서 탄소절감 기술 개발을 위한 신규 예산 투입을 대폭 늘려 민간기업의 기술혁신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U 탄소국경세에 직격탄 맞은 국내 산업…재계 "탄소절감 기술혁신에 인센티브 필요"=그린피스는 EU가 14일(현지시간) CBAM 세부안을 공개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철강업계가 대(對)EU 수출물량 유지시 2030년 최대 4억7280만 달러(한화 약 5438억원)를 탄소국경세로 부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 집행위원회 예상대로 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재 50유로 초반에서 2030년 85유로까지 상승했을 때를 가정한 수치로, 유럽 시장 철강 수출액의 16.67%에 달하는 규모다.
그린피스는 "경쟁업체가 탄소 배출량이 극히 적은 수소환원철강 개발시 기존 공법을 이용해 개발한 철강재의 시장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며 "2026년 다른 수출제품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범위가 확대될 경우 국내 산업의 피해는 막대해 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CBAM은 EU 역내 생산품 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2023년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돼 2026년 전면 도입 예정이다.
재계는 탄소국경세 우려가 현실화 되면서 초비상 상태다. 특히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7.8%로 높아 산업계의 부담은 다른 국가 대비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탄소배출이 감소될 수 있도록 관련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강화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정부, 탄소절감 신기술 R&D에 세제·금융 인센티브 추진…"신규 예산 대폭 늘려야"=실물경제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민간 기업의 탄소중립 이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철강업계의 친환경 공정 전환 등에 최소 1조원을 투입하는 등 2030년까지 총 5조원을 쏟아부어 산업·에너지 부문의 탄소감축 기술혁신을 지원한다.
탄소중립 신기술 R&D와 관련해 세제, 금융, 규제특례 등 전 분야에 걸쳐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이 정부 R&D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춘다. 산업부는 현재 대기업 R&D 비용의 33%를 지원하는데 탄소중립 기술의 경우 정부 지원 비중을 중소기업 수준인 6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성장·원천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탄소중립 관련 신기술을 추가로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산업부는 조만간 '탄소중립 특별법' 제정에 이어 9월엔 2050년까지의 기술 로드맵을 포함한 탄소중립 R&D 전략을 수립하고 연내 '2050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는 등 기업의 탄소중립 지원에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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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탄소절감 기술개발과 관련한 정부의 신규 예산 규모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5조원 규모의 민관 협력 탄소중립 기술 R&D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 2023~2030년 간 해마다 투입되는 예산은 6000억~7000억원이다. 산업부 올해 예산(11조1860억 원)의 5~6% 수준이다. 기존 예산과 중복되는 부분도 상당한 만큼 산업부를 포함해 범정부 차원에서 탄소절감 신기술 R&D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호주 정부의 경우 기업의 저탄소 배출 기술 개발에 2030년까지 180억 호주달러(약 15조5000억원)를 투자한다. 산업부가 2030년까지 투입하려고 하는 예산의 3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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