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정합의 무용지물로 만든 與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당정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당정합의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소득 하위 80%로 정한 당정 결정에 형평성 논란이 거세자 이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급기야 이날 의총에는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추경안을 직접 설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해 최종적으로 행정부 동의를 받으면 되는 것을 다시 고위당정협의회로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당정 합의사항을 부인하며 사실상 무용지물화했다. 12명의 의원이 발언하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였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캐시백 제도와 관련해서도 "사용처를 확대 안 해주면 정부가 국회의장을 무시하고 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골목상권 등의 위축된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무색게 한다. 민생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표만 의식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수정되는 경우는 일반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국회 논의는 ‘여야 합의’가 전제될 경우다.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뜻대로 수정하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추경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증액과 감액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급기야 김부겸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에서 재원 등을 이유로 재난지원금 대상을 80%로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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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당정 합의사항을 호떡 뒤집듯 뒤집으면 당정협의라는 틀은 아무 의미가 없다. 큰 틀이 이미 정해졌다면 논란이 있더라도 세부적인 조율을 거치는 게 순리다. 반발을 최소화하고 추경을 서두르는 게 거대 여당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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