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새 헌법 제정할 제헌의회 첫발…'독재유물' 현 헌법 대체한다
교사·주부·복지사 등 155명으로 구성
마푸체족 원주민 여성의원이 제헌의회 이끌기로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남미 국가 칠레에서 군부독재 시절 제정된 현행 헌법을 버리고 새 헌법을 만들기 위해 출범한 제헌의회가 4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제헌 작업에 착수했다.
155명으로 구성된 칠레 제헌의회는 이날 수도 산티아고의 옛 국회의사당에서 출범식을 열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제헌의회는 앞으로 9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새 헌법 초안을 만들게 된다.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초안이 완성되면 국민투표를 거쳐 새 헌법이 최종 확정된다.
칠레의 새 헌법 제정은 지난 2019년 칠레 전역을 뒤흔들었던 사회 불평등 항의 시위에 따른 것이다.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한 당시 시위에선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통치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에 제정된 현행 헌법을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현행 헌법이 사회 불평등을 야기한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상자가 속출하며 시위가 가열되자 정치권이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에 합의했고,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78%의 국민이 피노체트 헌법 폐기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했다.
이어 지난 5월 투표를 통해 155명의 제헌의회가 구성됐다.
당시 선거에서는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을 반영하듯 기존 정당 소속 정치인보다는 좌파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또 우파 의원들이 전체 의석 수의 3분의 1도 차지하지 못했으며 이에 우파 진영은 헌법 초안 비토권마저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이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보다 평등에 기초한 정책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헌의회는 남성 78명, 여성 77명 등 성비 균형을 맞춰 구성됐고, 155명 중 17명은 원주민 몫으로 할당됐다.
현행 헌법이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데 반해 이번 제헌의회는 변호사부터 교사, 주부, 과학자, 사회복지사, 수의사, 작가, 기자, 배우, 의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4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엘리사 롱콘 제헌의회 의장(가운데)이 제헌의회의 새 헌법 제정 작업을 앞두고 의사당 안에서 칠레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특히, 이번 제헌의회를 이끌 의장으로서 마푸체족 여성인 엘리사 롱콘이 선출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롱콘 의장은 의장직 선출 과정에서 155명의 의원 중 96명의 찬성을 얻었다.
롱콘 의장은 "다양한 진영에서 온 의원들이 이 나라의 역사를 바꿀 작업에 마푸체족 여성을 뽑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제헌의회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제헌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지만, 그만큼 의견 일치가 어려워 초안 완성까지의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어느 진영도 헌법 초안 승인을 위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진영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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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협의 난항을 예고하듯 이날 출범식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이날 의사당 밖에서는 제헌의회 회의를 앞두고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양측 간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일부 제헌의원들이 경찰의 진압에 반발해 한때 출범식 참석을 거부하면서 행사가 예정보다 1시간 넘게 늦게 시작됐다고 칠레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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