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관람' 폭발에 대형 뮤지컬만 웃었다…공연계 양극화 심화
상반기 공연 매출 비중 뮤지컬 78%
연극 10%·클래식 9%…그외 미미
대극장 매출, 소극장 18배 편차 커
전국 소규모 공연장·축제 존폐위기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 대형 뮤지컬 공연장. 좌석은 약 1700석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인데 수백여명의 관람객이 출입구 주변을 둘러쌌다. 인근 포토존과 카페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코로나19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
공연시장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보복 관람’에 힘입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만 소규모 공연장과 지방은 사정이 더 악화하는 등 양극화도 심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경제가 올해 상반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공연(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국악·무용 등) 매출 규모는 1168억원에 이르렀다. 최근 5년간 상반기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상반기 979억원, 2017~2019년에는 300억~400억원이었다. 공연통계 공개를 의무화한 ‘공연법 제4조’가 개정된 것은 2019년 6월25일이다. 이전 통계는 유입 데이터에 한해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감안해도 이번 실적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시기다. 확진자 수는 1~3월 평균 1만4000명대에서 4~6월 1만8000명대로 늘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불과 8시간 앞두고 1주 유예 결정까지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무대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이후 1년 6개월이 넘도록 공연장 내 코로나19 감염 및 전파 사례가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뮤지컬 ‘드라큘라’ 개막 전 출연 배우와 스태프들의 감염 사례가 있으나 공연장을 방문한 관객의 감염 사례는 전무했다.
‘보복 관람’ 수요는 지난 2월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공연장 내 객석 띄어앉기 기준이 완화한 시점이다. 이전에는 이른바 ‘퐁당퐁당’이라는 한 칸 띄어앉기가 시행 중이었다. 당시 표가 매진돼도 객석을 최대 50%밖에 채울 수 없는 적자 구조였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도 공연장 방역 지침을 ‘동반자 외 두 칸 띄어앉기’ 또는 ‘좌석 한 칸 띄어앉기’로 조정하면서 손익분기점은 넘어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형 뮤지컬·연극 공연이 개막 행렬을 이어갔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성숙해진 관람문화도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뮤지컬계의 한 관계자는 "오히려 직원까지 늘려 방역에 대해 꼼꼼히 점검하고 이를 관객들에게 수시로 전달했다"면서 "관객도 마스크를 쓰고 함성을 자제하는 등 대다수가 잘 따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호황이 특정 장르와 대형 공연장에 국한된다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공연계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공연 매출 가운데 뮤지컬이 912억원으로 78%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연극(10%)과 클래식(9%)을 제외하면 다른 장르의 매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아울러 대극장(1000석 이상), 중극장(300~1000석), 소극장(300석 미만)의 매출 편차도 컸다. 올해 상반기 대극장의 매출 규모는 923억원으로 소극장(52억원)의 18배, 중극장(193억원)의 4.8배에 달했다.
사정이 열악한 소규모 공연장은 점차 문을 닫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 데이터를 보면 지난 1~5월 전국에서 공연장 23곳이 문을 닫았다. 2019년 13곳, 2020년 21곳이 폐업했던 것에 견줘 볼 때 폐업장은 더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 각지의 소규모 공연 축제도 정부 예산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0일 한국연극협회 등 전국 35개 단체는 예술창작정책살리기비상회의를 발족하고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전국청소년연극제, 아시테지 아동극축제, 젊은연극제 등 우수 축제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민간단체 공모 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예산 삭감으로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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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지방에 코로나19 지원 예산을 보내도 지자체에서 가장 먼저 깎아버리는 게 문화예술 예산"이라며 "정부는 지자체 권한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지자체는 얼마나 깎았는지 얘기도 해주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전국 50만 예술인 대다수가 연봉 1000만원도 받지 못해 투잡에 스리잡까지 뛰고 있다"면서 "국가가 순수예술에 대한 정책 기조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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