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저촉될 것 없다지만 빅테크 특혜 논란 우려
전문가 "면죄부시 좋지 않은 선례 남길 수 있어"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직 유지에 난처한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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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네이버 본사 직책에서 물러난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자리는 유지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 COO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타 업권보다 최고경영자(CEO)자격 요건이 엄격한 금융업의 대표직을 맡겠다고 한 것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어서다. 그간 금융사 CEO에 엄격한 잣대를 강조한 금융당국은 네이버가 금융업 라이센스를 받지 않아 법에 저촉될 것이 없고, 제재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 특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임원의 자격요건) 1항 8호는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원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판단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카카오뱅크나 카카오증권 등 카카오 계열사처럼 금융회사 라이센스를 취득하진 않았지만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빅테크에 금융 시장을 열어줬기 때문에 대주주·임원 자격심사는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COO의 네이버파이낸셜 CEO직 유지는 금융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징계를 받은 임원이 다른 계열사로 옮겨 대표직을 맡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수방관적 태도를 취한다면 질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의 도덕적 책임이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네이버가 라이센스를 받지 않았고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적절하다 부적절하다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을 금융당국의 수수방관이 네이버 밀어주기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시중은행이나 금융회사의 기관장이었을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했을 것"이라며 "당국이 이번 네이버 사태를 넘어가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유사 사건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는 "지금은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에 진출하는 과도기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금융당국이 금융권 만큼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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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 COO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 25일 본사에서 맡은 모든 직책에서 사의를 표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재단 대표를 비롯한 계열사 경영진 자리는 유지했다. 이에 반발한 네이버 노조는 이날부터 최 COO의 사퇴와 재발방지 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노조는 전일 기자회견에서 "최 COO를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물론 모든 계열사 임원과 대표직에서도 해임할 것을 요구한다"며 "네이버뿐만 아니라 전 계열사에서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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