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었다, 곧 쉬게 될 것" 초등학생들 만난 이탈리아 대통령, 재선 포기 시사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나는 늙었다." 임기를 8개월가량 남겨둔 이탈리아 대통령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리퍼블리카 등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8개월 뒤에는 대통령으로서의 내 임기가 종료된다"며 "나는 늙었다. 이제 8개월 안에 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2015년2월 취임한 마타렐라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라리퍼블리카는 "재선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히기 위해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을 택했다"며 "마타렐라 대통령의 재선을 추진했던 이들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는 그것이 얼마나 힘든 자리인 줄 알기에 걱정이 됐다"며 주변의 훌륭한 협업자들, 이탈리아 헌법에 따라 어떤 주체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 등 두 가지가 자신을 도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은 여러 정치적 제안을 중재할 수 있도록 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하며 또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법으로는 헌법을 꼽았다. 특히 침해할 수 없는 권리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2조, 평등의 가치를 담은 제3조를 강조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법 앞에서 평등하다. 피부색, 민족성 등 모두 평등하다"면서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상기시켜준 한 가지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써야하고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서로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 돕는다면 더 잘 살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어른이 되면 잊어버린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마타렐라 대통령의 연임 포기 발언은 즉각 정치권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
극우 정당 동맹(Lega)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발언 이후 마리오 드라기 총리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살비니 의원은 "퀴리날레(이탈리아 대통령 관저)를 위한 후보자가 없다"며 "드라기 총리가 자신을 추대하길 원한다면 확신을 갖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리가 대통령직을 위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조기총선이 불가피하다. 2018년 구성된 현 의회 임기는 1년여 남은 상태다. 이 때문에 동맹을 비롯한 극우 정당들이 드라기 총리를 차기 대통령으로 미는 것은 조기 총선을 통해 우파 연합의 집권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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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이탈리아 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 총리만큼 좌우를 아우르는 중립적 인사도 마땅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기 내각, 차기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어려운 만큼 결국 마타렐라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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