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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고정이하여신’은 왜 주목받는 지표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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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 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송승섭의 금융라이트]‘고정이하여신’은 왜 주목받는 지표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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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은행의 성장은 예금과 대출을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자금이 필요한 곳에 돈을 공급하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죠. 그래서 은행은 대출 관리에 꼼꼼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을 원하는 이에게 얼마나 줘도 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합니다. 대출을 실행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집니다. 언제 돈을 갚을지, 빌려준 돈을 떼먹는 건 아닌지 관리해야 하죠.

그런데 대출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닙니다. 신용점수가 똑같은 A와 B가 1억원의 돈을 빌렸다고 가정해볼까요. A는 한 달 동안 대출이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 이자를 낼 돈이 부족했던 거죠. B는 1년간 대출이자를 갚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도 꺼져있고 완전히 잠적한 상태죠. 동등한 조건에서 돈을 빌려줬지만 B의 경우 돈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은행도 대출 회수가 어려울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하고요.


이에 은행은 빌려준 돈을 5가지로 구분해 관리합니다.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입니다. 정상은 신용 상태가 양호한 사람에 해준 대출을 말합니다. 연체 기간도 1개월 미만이고 차곡차곡 이자를 받아왔죠. 떼일 위험이 거의 없는 건전한 대출금입니다. 요주의는 연체 기간이 3개월 미만인 대출인데, 역시나 받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평가합니다.


문제는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입니다. 고정 이하부터는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고정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입니다. 회수의문은 연체 기간이 3~1년, 추정손실은 1년 이상인 대출이죠. 특히 회수의문은 손실이 예상되나 그 손실액 파악이 어려운 금액입니다. 추정손실은 사실상 회수불능이 확실해 손실파악이 가능하고, 회계장부에도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대출금이고요.

고정 이하에 해당하는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합쳐 ‘고정이하여신’이라고 부릅니다. 전체 대출금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정이하여신비율’이라고 하고요. 만약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다면 은행의 생사가 위험해집니다.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많을수록 고객의 예금을 잃어버리는 셈이니까요. 예금자들이 고정이하여신비율 8%를 초과하는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으려 하는 관행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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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고정이하여신비율 지표가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해 많은 국민이 대출을 받았는데, 예상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느립니다. 경기가 살아나야 대출을 갚기 시작하는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은 그럴 여력이 없죠. 오히려 폐업률 지표가 상승하는 등 상황은 나빠지고 있고요.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금융 취약계층이 많은 2금융권은 해당 규모가 늘어났고요.


거기다 현재 코로나19 대출의 만기는 연장됐고 이자 상환도 유예된 상황입니다. 해당 조치는 4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오는 9월까지 연장됐죠. 이렇게 연장되고 유예된 대출은 금융당국에 의해 모두 ‘정상’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떼먹힐 가능성이 큰 고정이하여신일 수도 있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아직은 건전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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