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치료 못받는 이 없도록"…'이건희 유지' 의료공헌 구체화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이 생전 의료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고인의 뜻을 기려 의료 공헌에 1조원을 기부하기로 하면서 이 기금의 사용처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2일 재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등이 목적인 이 회장 유족의 기부금을 관리하기 위한 '기금운용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최근 의견을 모았다.
감염병 예방·대응에 7000억원 투입
앞서 이 회장 유족들은 국가 감염병 대응의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지난달 28일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원을 납입했다. 같은 날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금운영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운용할 특별위원회 구성을 이사회에 제안했다.
이에 따라 삼성 기부금의 운용에 관한 모든 권한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새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에 이관되고, 해당 기금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될 전망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른 시일 안에 이사회를 열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복지부와 질병청이 참여하는 내·외부 위원 선임에도 나선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다른 나라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2002~2003년 발발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2015년 터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지난해 코로나19로 이어진 감염병 혼란을 겪으면서도 이에 대응할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이 회장 유족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인식하고 감염병 극복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고인의 유지를 따르는 방안이라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 7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짓는다는 구상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코로나19 국가 보건위기 속에 큰 뜻을 내준 기부자의 선의에 감사를 전한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세계 최고의 중앙감염병병원이 건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와 필요 설비를 구축하는 데 지원한다. 이는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에 사용한다.
소아암·희귀질환 치료·연구에 3000억원
이 회장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에도 3000억원을 기부했다.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가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고인의 생애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병원 측은 기부금을 2030년까지 국내 소아암·희귀질환 환자의 진단과 치료, 임상 연구 등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사업은 ▲ 소아암 환아 진단·치료 지원 1500억원 ▲ 희귀질환 진단·치료 지원 600억원 ▲ 소아암·희귀질환 연구 및 인프라 구축 지원 900억원 등이다.
우선 소아암 환자의 진단·치료 지원기금을 활용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유전체 검사비, 면역·표적항암제 치료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희귀질환 진단·치료 지원기금은 희귀·응급 유전체 검사, 고가의 유전자 치료와 신약 치료 등에 쓸 예정이다. 10만명 이상의 소아 희귀질환자는 수년간 정확한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전국 병원을 전전하며 막대한 의료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암·희귀질환 연구와 인프라 구축 지원기금은 진단·치료기술·약제 연구개발 등 공동 임상 연구에 쓴다. 또 전국 어린이병원의 소아암·희귀질환 의료정보를 연계하는 데이터베이스와 시스템, 진단 인프라 구축 등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이런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고자 전국의 어린이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소아 암·희귀질환 극복 사업단'을 출범한다. 사업단은 전국의 어린이병원과 유관 의료기관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 추진체계로 구성되며 위원회 산하에 소아암·희귀질환·공동연구 사업의 실무 추진을 위한 개별 사업부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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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사업단장 겸직)은 "어린이 질환은 종류가 다양한 데 비해 환자 수는 적기 때문에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전국의 어린이 의료기관이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금이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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