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사회로 퍼지는 '반중정서'
강원도, 논란의 '한중문화타운' 결국 철회
'빨간 드레스' 입은 배우 향해 "중국풍" "치파오냐" 비난 쇄도
전문가 "비판적 사고 필요하나 과도한 혐오 우려돼"

사진제공=연합뉴스,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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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최근 중국의 이른바 '문화 동북공정' 논란으로 국내 반중 감정이 심화하고 있다. 강원도가 추진한 '한중문화타운' 조성은 강한 여론의 반발로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고, 중국풍 소품과 복색으로 논란을 일으킨 드라마가 폐지되는 등 반중정서는 사회·정치·문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같은 정서가 중국인을 향한 무차별적 혐오나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중국과의 문화 교류에서 비판적 사고는 필요하나, 근거 없는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엔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강원도가 춘천·홍천 일대에 추진하던 한중문화타운 조성 사업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사실상 백지화 절차를 밟게 됐다. 사업시행자인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더 이상 한중문화타운 사업의 진행이 불가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시간과 비용적 투입에 대한 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강원도는 이곳에 한국과 중국 문화를 테마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K-Pop 뮤지엄, 미디어아트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치, 한복 등 한국의 고유 자산을 중국으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사업 조성 반대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6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이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건 동의의 세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사진제공=연합뉴스

인천 차이나타운./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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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선 중국을 향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지만, 근거 없는 무차별적 비난은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중국인을 비난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관련 기사에는 "걸어 다니는 바퀴벌레",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 "길거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보면 전부 중국인이더라"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반중정서는 지난 26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가 입은 의상을 놓고도 나왔다. 이날 한예리는 프랑스 브랜드 '루이비통'에서 만든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이 의상이 '중국의 전통의상 치파오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하필 이런 시국에 중국인 복장이냐?", "나라의 자랑스러움을 중국의 자랑스러움으로 바꿔놓았다. 코디가 누구냐", "모처럼 경사스러운 날에 아쉬운 의상 선택이다", "이런 날 한복을 입었으면 좋았을 텐데" 등 비난이 쇄도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사진=청와대 게시판 캡쳐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사진=청와대 게시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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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혐오성 발언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한중문화타운 조성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전 세계 어느 도시나 차이나타운은 그냥 중국인들이 모여 사는 저급 주거지 및 상권 정도의 인식이 있다. 상대적으로 치안도 별로 좋지 않고 소위 '네이버후드'가 좋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저급 주거지', '성대적으로 치안이 안 좋다' 등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을 정치인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2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실제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혐오 발언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것과 이런 발언을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한다는 점은 큰 문제"라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은 잘못된 것이고 비판해야 하지만 이런 식의 폄훼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 모(34)씨는 "중국의 문화 왜곡은 정당한 비판을 하는 식으로 움직이면 좋은데, 꼭 열과 성을 다해 중국풍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아카데미 수상이란 국가적 경사를 축하하지는 못할망정 배우의 의상 하나로 설왕설래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중국과의 문화 교류에서 비판적 사고는 필요하지만, 근거 없는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반중정서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은 중국 쪽에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우리의 역사, 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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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평론가는 다만 "중국과 모든 문호를 끊고 대결구도로 갈 것인가,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 등질 것인가를 묻는다면 그건 적절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라며 "중국과의 문화 교류에 있어서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서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우리 문화를 오도하는 측면이 있는지 등을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작정 혐오나 비난으로 이어지는 방식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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