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내 상습 아동학대 사건 잇따라
"아이를 어디서 키우란 거냐" 부모들 공분
2015년 CCTV 설치 의무화 됐으나 점검·열람 한계
열악한 근로 환경이 아동학대 문제 키웠다는 지적도
전문가 "아동학대 예방교육 보완, 아동-부모 신뢰 강화해야"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이 지난달 1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장애아동 등 원생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이 지난달 1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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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원생을 학대한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취약한 시기의 아동을 안심하고 보호해야 할 보육기관이 오히려 학대 및 폭력 위험을 우려해야 할 공간이 됐다는 것이다. 보육기관 내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원인은 미흡한 교육 환경 점검 체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보육교사들의 직무 스트레스 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인천 서부경찰서는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상습 아동학대' 관련, 보육교사들이 원생을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복원한 영상에는 이들 보육교사 6명이 지난해 5~10월 간 약 6개월에 걸쳐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영상에서 새로 확인된 추가 학대 의심 행위만 약 30차례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교사는 지난해 11~12월 해당 어린이집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 아동의 얼굴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채를 잡아 끌고가 폭행하는가 하면 아이의 배를 손바닥으로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 피해 아동의 부모가 공개한 학대 화면. 보육교사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고, 아이들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으로 미디어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어린이집 피해 아동의 부모가 공개한 학대 화면. 보육교사들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고, 아이들은 매트 위에 모여 앉아서 노트북으로 미디어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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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지난달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던 당시 법원 청사 앞에 모인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한 취재진에 "(영장실질심사) 전날인 발렌타이데이 때 가해 교사들이 집 앞에 과자 바구니와 사과문을 남겨 뒀다"며 "받자마자 치가 떨려서 꺼내 보지 않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서 원생을 학대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한 40대 어린이집 교사가 모기기피제·계면활성제 등 성분을 첨가한 액체를 원생들의 급식에 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이 교사가 액체를 첨가한 급식을 먹은 원생들은 구토·코피·알레르기 반응 등 고통을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보육시설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안산에서 3살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직장인 안모(33) 씨는 "부부가 맞벌이라 아이를 근처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데 아동학대 뉴스가 들릴 때마다 속이 철렁 가라앉는 느낌이다"라며 "아이들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이 어린이집인데 그런 곳도 폭행, 학대가 팽배하면 대체 어떻게 아이를 키우라는 거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보육시설 내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5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규정상 어린이집 내 설치된 CCTV는 원장이 월 1회 점검계획을 세워 주 1회 자체 점검하도록 돼 있다. 어린이집이 자체적으로 CCTV를 관리·점검하다 보니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숨기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한 셈이다.


국내 보육교사 당 담당 아동 수는 최대 20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9명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보육교사 당 담당 아동 수는 최대 20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9명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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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동 학대를 의심한 부모가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CCTV 영상을 요구하더라도,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다른 사람이 나오는 영상을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모자이크 작업을 거쳐야 한다.


실제 지난 2019년 경기도 한 부모가 어린이집에 CCTV 열람을 요구했지만, 어린이집 측이 "모자이크 처리에 비용이 3000만원 가량 든다"고 답변해 열람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모자이크 작업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CCTV 열람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도 아동 학대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 사업 규정'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육교사 1명은 만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 4.5세 유아의 경우 최대 20명의 아동을 돌보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보육교사 대 아동 수인 9명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교사 1명이 부담해야 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많다보니 격무·스트레스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의 아동권리 및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및 요구'를 보면, 보육교사들은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을 스트레스로 꼽았다.


해당 보고서에서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5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사들이 원인을 제공한 아동학대 사건의 원인에 대해 46.2%가 '직무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교사의 감정조절·통제력 한계'가 29.8%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는 보육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보육시설 내 아동학대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교사들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전반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확실한 보완 대책이 정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과 보육시설 간 신뢰관계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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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보육정책 연구위원은 "어린이집, 유치원은 열린 운영으로 기관과 부모 간의 신뢰를 강화하고, 부모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높임으로써 서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라며 "이로써 아동과 부모 뿐 아니라 교사도 아동학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근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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