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자경단, 정의인가 분노인가]
下. 신상털이 된 일방통행

'촛불'로 사회운동 학습효과
공정성·정의에 민감한 세대
상대방 이야기도 들어봐야
'서울 240번 버스' 사건 등
애꿎은 피해자 양산 우려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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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2017년 9월 ‘아이 엄마가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 미처 내리지 못해 세워달라 요청했지만 버스기사가 이를 무시했다’라는 취지의 글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일명 ‘서울 240번 버스’ 사건의 시작이었다. 온라인에선 버스기사를 향한 비난과 신상 공개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졌다. 하지만 서울시 조사 결과 커뮤니티에 게재된 내용은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버스기사는 정신적 고통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채선당 사건’도 있다. 2012년 샤부샤부 전문점 채선당의 충남 천안 소재 한 지점에서 종업원이 말다툼 끝에 임신부 고객의 배를 발로 찼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이 사건으로 불매운동까지 시작되면서 가맹점주와 채선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폭행 주장은 실체가 없는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피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현재도 끊이지 않는다.

제어장치를 잃은 정의 구현은 ‘신상털이’ 또는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행태가 갑질에 대한 분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가진 자는 물론 일반인들에 의한 갑질이 심해지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 보니 분노가 누적되며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면서 "바꿔 말하면 갑질 문제를 제도적으로 엄벌해달라는 목소리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여론 재판의 장으로 활용되거나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낸 ‘디지털 교도소’ 등이 여론의 암묵적 지지를 받아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주장은 맞설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도 듣는 사회적 과정이 필요하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이야기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신상털이를 하다간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공유할 수 있다"면서 "잘못된 신상털이의 피해자가 등장하면 관련한 게시글을 쉽게 지울 수 없어 당사자와 가족들은 평생 고통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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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가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세대는 노력에 비해 경제적 성취 등이 부족하다 보니 특히 공정성, 정의에 민감하다"면서 "촛불집회를 통해서도 ‘사회운동에 참여하면 바꿀 수 있구나’라는 학습 효과를 얻어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과도한 신상털이, 여론의 극단화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게시글을 작성·공유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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