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지출 비중 6년 만에 최대…예산 경직성 오히려 커진다
예산 운용 유연해 긍정적이나
추경 편성과정서 빚 10조 늘려
"지출 증가 어렵고 정체 도래"
코로나 19 회복기 오면
지출 구조조정해야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면서 예산에서 재량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량지출이 늘어나면 정부가 유연하게 예산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빚을 늘리고 올해도 추경 편성 과정에서 10조원가량 추가로 국채를 찍게 되면서 재량지출마저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 기준 재량지출 비중은 52.3%로 2015년(54.0%)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중만 보면 예산을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재량지출 비중 확대는 잇단 추경 편성 과정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차 추경 당시 51.0%였던 재량지출 비중은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며 54.0%로 늘었다. 2016년 52.7%에서 2019년 49.0%로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던 재량지출이 급격히 증가한 계기가 됐다.
◆의무지출 50%대 유지, 성장 지출은 쪼그라든다= 해마다 증가하는 의무지출(분배) 비중은 우리나라 예산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복지, 국방 등 고정적 비용이 들어가는 의무지출은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줄일 수도 없으며,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 자연히 늘어나는 구조다.
올해의 경우 재량지출 증가로 의무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다만 올해 신규 제도로 국민 취업 제도가 편성되면서 앞으로 매년 8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든다. 또 2020년 13조2000억원이었던 기초연금은 올해 15조로 증가하고, 의료급여 역시 전년보다 7000억원 늘었다. 재정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장과 관련한 재정지출은 줄이고, 의무지출인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진다.
◆"채무 브레이크 필요… 장기 재원 보급 플랜 짜야"= 재량지출 증가는 예산의 활용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재정 증가율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오면 먼저 투자와 관련한 재량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높지 않아 국채 발행으로 재정 증가율을 높게 잡고 재량지출 투자도 꾸준히 늘렸다"며 "지급과 같은 속도로 가면 더 이상 지출을 늘리기 어렵고 정체되는 시점이 온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장기 재원 보급 계획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량 총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안 늘려도 되는 예산을 재량지출로 잡는 경우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재원을 어떻게 보급하겠다는 플랜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채무 브레이크를 안 밟고 있는데, 가속도가 붙으면 부서지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4차 추경으로 846조9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차 추경으로 965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향후 코로나19가 회복 시기에 접어들면 재난지원금 편성분에 대한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량지출은 당해연도 편성으로 목적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줄여야 하는데 총량 자체가 줄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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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급증은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해 우리는 다행히 비껴갔지만 100여개 국가가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겪었다"며 "과도한 국가채무는 우리 아이들 세대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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