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설치에 수요 늘었지만…예산 부족으로 조기 소진
최근 3년새 서울 친환경 보일러 설치대수 41배 ↑
올해 예산 지난해 64% 수준, 환경부 "지자체별 예산 재배정 검토"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노후 보일러 교체 시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사진은 친환경 보일러인 콘덴싱 보일러. [사진 = 아시아경제 DB]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노후 보일러 교체 시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사진은 친환경 보일러인 콘덴싱 보일러. [사진 = 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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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올해 친환경 보일러 설치 지원 예산이 석달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며 각 가정의 수요는 급증했지만 정부가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히려 지원예산을 삭감한 탓이다. 환경부는 올해 예산을 직전년도가 아닌 2019년 실적을 기반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어 감액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시의 친환경 보일러 설치 지원예산 76억6500만원 대부분이 지급 대상을 확정했다. 일부 구청에서는 이미 연간 지원금을 소진해 보일러를 새로 사거나 교체하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4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해당 권역에서는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낮은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각 가정에서 일반 보일러보다 가격이 비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할 경우 보일러 1대당 2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로 콘덴싱 보일러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올해 1분기도 지나지 않아 지원 예산이 바닥난 것이다.


친환경 보일러로 바꾸라더니…석달도 안돼 지원금 ‘바닥’ 원본보기 아이콘

환경보호 위해 친환경 보일러 쓰라…예산은 삭감

정부는 ‘가정용 저녹스(NOx) 보일러 보급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각 지자체별로 예산을 배정했다. 거주 인원이 많지 않은 서울 중구는 올해 친환경 보일러 500대 보급을 목표로 1억원의 예산(가구당 20만원)을 배정했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 25일 현재 접수가 마감돼 지급 대상이 모두 정해졌다. 인근 종로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상황이 조금 나았지만 예산 66억7000여만원 중 70% 가량이 지급 대상이 확정됐다. 남양주, 의정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예산이 소진됐다.


이처럼 예산이 빨리 소진된 것은 친환경 보일러 설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지만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관련 사업에 배정된 본예산은 300억원 규모로 지난해 실예산(469억원)의 64%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예산이 소진된 속도다. 1분기가 지나기 전에 바닥을 드러낸 건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콘덴싱 보일러 수요는 친환경 바람에 의무화까지 더해지며 최근 3년 동안 급증했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에서 지원사업으로 설치된 친환경 보일러 대수는 각각 2018년 2982대, 5900대에서 지난해 12만2969대, 11만7422대로 늘었다.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사진 = 아시아경제DB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사진 =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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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실적 기준으로 예산 잡다보니 ‘삭감’

예산 삭감 원인은 2019년 사업 실적 부진에 있다. 2019년 예산 집행률은 19%에 불과했다. 2017년과 2018년 집행률이 각각 89%, 88%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환경부 관계자는 "2019년에는 의무화를 앞두고 있어 각 지자체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예산을 늘렸지만 친환경 보일러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계획 대비 수요가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4월 다음해 예산 계획을 짜기 때문에 올해 예산은 2019년 실적을 근거로 책정돼 지난해 급증한 수요가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추가 예산 확보에 나설 방침이지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47억원 규모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증액을 요청할 방침이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도는 도내 시·군 예산을 재배정해 급한 불을 끄고 불가피할 경우 추가 국비 지원을 건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 예산은 삭감해도 의무화 때문에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없다"면서 "의무화 됐으니 예산을 줄인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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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예산 재배정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분기 집행실적을 보고 지자체별로 예산을 재배정하겠다"면서 "늘어난 수요가 명확히 확인되면 다음해 예산은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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