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업비트 공시…블로그 내용 올라와도 문제 없다?
잘못된 내용과 오타까지 공시 내용에 게재되기도
가상통화 시장, 공시에 크게 흔들리지만…마땅한 제도 없어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거짓 공시를 이유로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에서 거래 정지된 가상통화 고머니2의 투자 내용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제대로 된 가상통화 공시 제도가 없는 가운데 업비트의 공시 검증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6일 주식회사 애니멀고는 가상통화 자산 플랫폼 셀시우스 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업비트에 공시했지만 거짓 공시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유치 근거로 셀시우스 핫월렛(인터넷에 연결된가상통화 지갑)에 고머니2가 저장된 사실을 내세웠지만 셀시우스 네트워크 측은 투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업비트는 지난 18일 고머니2의 거래 지원 서비스를 종료했다.
확인 결과 고머니2의 공시 내용은 허점투성이였다. 전문성을 찾아보기 힘든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을 그대로 베껴 공시 내용으로 게재했다. 기본적 사실관계마저 틀리기도 했다. 공시에선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40억달러(약 4조5200억원)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 19일 기준 셀시우스 네트워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자산 운용 규모는 약 100억달러 이상이다. 그런가하면 오타를 그대로 베껴 공시 내용에 집어넣기도 했다.
또한 고머니2 측은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을 인용하면서 블로그 운영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게재했다. 블로그 운영자 김모씨는 “고머니2 측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거짓 공시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 16일 거짓 공시가 올라오자 고머니2는 약 두 배가량 올라 약 7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5일 기준 약 16원까지 하락했다. 9일 새 약 77% 떨어진 것이다. 고머니2는 거짓 공시 때문에 더 이상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비트의 공시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가상통화 발행회사 측에서 공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을 악용하는 것이다. 업비트에 상장된 보라코인은 지난달 18일 보라코인의 운영사 웨이투빗이 카카오게임즈 계열사로 편입됐다고 공시했다. 보라코인은 이날에만 433.21%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17일에 공시됐던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어 이중 공시 논란에 휘말렸다.
그럼에도 업비트 측은 최소한의 공시 검증만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기업의 영업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검증만 하고 있다”며 “블로그 게시물이더라도 일단 기업이 보낸 공시 내용을 그대로 실어준다는 게 업비트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비트의 프로젝트 공시 관련 문서에 따르면 공시 내용에 대한 검증이나 보증을 하지 않으며 이에 따른 투자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업비트가 공시 검증에 소홀해도 현재 마땅한 제도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25일부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지만 자금세탁과 관련된 가상통화 거래소의 영업행위만 규제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 측은 “가상통화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업권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가상통화 공시에 대한 명확한 제도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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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명확한 공시 검증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고머니2 사태에서 공시를 운영하는 업비트의 책임이 분명 있다”며 “가상통화 시장이 신뢰를 얻고 발전하기 위해선 명확한 공시 검증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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