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충격은 광명·시흥 신도시 부동산 투기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도시개발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고 무마하려 했고, 감독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LH사장 출신)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했다. 경찰은 수사를 미적거렸고, LH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에 항의하는 시민을 조롱했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야기된 집값 폭등과 전월세 혼란뿐 아니라 정부의 비양심적 태도에 국민은 분노했다. LH고위간부는 국민께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을 했고, 또 다른 간부도 목숨을 끊었다. 이뿐 아니다. LH주택 15채를 매매했다가 징계를 받은 LH직원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에 감사실장으로 근무하고, LH가 조성한 공공택지는 실체가 없는 서류상의 회사에 분양되어 일부 건설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비리를 LH만의 문제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문 정권은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를 들먹이며 공공부문을 늘렸지만 공공기관 감독은 소홀했다. 개발도상국의 전형적인 문제인데, 관련 연구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공공부문 비대화는 44%가 정치적 동기에 있다고 한다. 문 정권도 공공부문의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후하게 주면서 정권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려 한 것이다.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려고 했다면 공공기관의 책무성과 임직원의 도덕성을 강화했어야 한다. 이전부터 공공기관이 너무 많고 공공서비스를 독점해 돈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문 정권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법에 의한 신분보장에다 강력한 노조의 보호막에 안주하면서 사장까지 갈아치울 정도로 힘센 괴물이 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공부문 노조가 세다. 노조조직률이 70% 정도로 민간보다 7배 높고, 동일한 조건에서 민간보다 임금을 30% 이상 더 받는다. 이런데도 공공부문을 의도적으로 키워 민간부문은 더 위축되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1 대한민국 공공기관’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의 임직원은 2017~2020년 사이에 23%나 증가했다. 반면 전체 취업자의 증가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0%고, 민간부문의 고용은 감소했다. 공기업의 임금수준은 민간부문보다 2배 이상 높고, 임금 상승률도 2배 가까이 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보면 공기업의 임금은 2019년 월 평균 662만원으로 전년보다 6.2% 증가했다. 반면, 통계청의 자료로 2019년 임금금로자의 월평균소득은 309만원으로 3.4% 늘어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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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LH비리에 공공부문 개혁으로 답해야 한다.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밟는 스웨덴 등은 복지국가 유지를 위해 공공부문개혁을 추진했다.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려고 종신고용과 근무 기간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공공부문의 임금·고용 관행을 확 바꿨다. 공기업은 물론 교육과 의료기관마저도 시장 원리를 적용했다. 교사 채용과 급여를 단위 학교가 결정하고 공급이 부족한 과학과 수학 교사의 급여를 다른 과목보다 높여 신임 교사의 충원을 촉진하는 식이다. 병원에 대한 정부지원은 의료서비스와 비례하고, 간호사의 급여는 성과와 연계하며, 간호사가 부족한 지역은 급여를 높였다. 스웨덴도 노조의 힘이 세지만 정부는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했다. 노조도 개혁으로 전문직의 권위가 올라가는 것이기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공공부문 개혁이 국민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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