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물 감정평가 불법' 논란… 문화재청, '뒷짐'에 감정평가 '사각지대' 방치
이해관계 얽힌 감정평가 '신뢰성' 의문 제기
공인자격증 제도 도입 필요성 대두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미술품·문화재 조세 물납제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감정평가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민간사설 단체의 문화재나 유물 등의 감정평가가 법률적 근거 없이 행해지는 불법 행위라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감정평가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자격증 제도 부재의 문제점을 지녀 유물 감정평가 신뢰성에 의문도 일고 있다.
게다가 수십 년째 감정평가를 특정 소수 민간단체가 거의 독점하면서 '독점·특혜'라는 의혹의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도감독 책임 기관인 문화재청이 '관행'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감정평가 사각지대를 사실상 방치한 데 대한 비판에 직면하면서 문화재 감정평가사 자격증 제도 도입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로선 법률적으로 미술품 등 동산 문화재의 감정평가를 할 수 없는 데다 신뢰성마저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 민간단체 감정평가 왜 신뢰받지 못하나
문화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화재 감정단체는 국가기관과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민간 사설 단체로 구분된다.
현행 법령상 국공립기관은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개인 소장 유물은 감정하지 않는다. 문화재 지정, 밀반출 단속, 기증유물의 진위 여부 등만 진행한다.
그러나 민간단체에서 이뤄지는 유물(동산 문화재) 감정평가를 두고는 여러 논란이 있다.
특히 민간단체는 관련 업자의 권익보호단체의 성격이 짙고 소속 감정위원에는 골동상 거래업자들이 대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다 보니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신력이 떨어지고, 진위 여부와 시가 감정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유물이나 보물, 문화재에 대해 재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극히 소수의 주관적인 판단과 안목으로만 감정해 과학적 조사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과 의견을 통한 객관적이고 정밀한 감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가 공인 감정평가 자격증 없이 유물에 대한 가격을 평가하는 행위를 두고 불법 논란도 일고 있다.
법무법인 강남 허범행 변호사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감정평가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민간단체 소속 감정위원들이 문화재나 유물 등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감정 업무가 아닌 가격을 매기는 감정평가는 법률적으로 불법"이라면서 "감정평가사가 수행하는 업무들에서 문화재 관련 감정평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토지평가사제도와 공인감정사제도를 일원화해 1989년 7월부터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감정평가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후 2016년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제11조)'에서는 감정평가사 시험(제14조)에 따라 감정평가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감정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민간 사설 단체 감정평가에 대한 관련 분야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동산 문화재의 학문적인 가치, 지역의 가치, 활용성, 미래의 가치 등을 고려하기 보다는 사설 단체들은 이해관계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민속학을 전공한 한 전문가는 "가격은 사고파는 당사자끼리 정하는 것"이라면서 "감정위원이 가격을 매겨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다분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정평가가 위법을 떠나 골품상 업계에는 나름의 담합이 존재 한다"면서 "이런 문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어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정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학예연구사는 "동산 문화재 감정평가에 있어 감정은 진짜냐 가짜냐를 가리는 것이고, 평가는 값을 매기는 것"이라며 "민간단체에서는 이해관계가 얽힌 담합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 단체에 속한 감정위원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위촉됐는지, 제대로 검증은 했는지 등의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단체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중요한 감정평가에 관여하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 이재원 대변인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화재청에서 사설 민간단체의 정관은 승인했어도 공신력을 부여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사단법인에 불과한 민간단체에서 감정평가와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문화재청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래 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가격이 매겨지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화재 감정자격증제도 도입과 관련해 귀결 되는 사항"이라고 했다.
민간단체의 정관 승인을 맡은 문화재청 안전기술과 고영주 사무관은 "감정의 범위를 '진위 여부 감정이냐' '시가 감정이냐'를 따로 구분하지는 않는다"면서 "현재의 사설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공인회계사,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처럼 관련 분야 국가자격증은 보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사유재산에 대한 거래를 국가 기관에서 제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TV 프로그램을 포함해 민간이 평가하는 것은 개인 소장품에 대한 가격을 물어보는 수준이며 거래가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공신력과 정확성, 윤리성 등 여러 부분에서 민간 단체의 동산 문화재 감정평가는 많은 단점을 지녔다는 게 관련 종사자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국가자격증제도 도입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에는 문화재 감정평가사가 없다. 때문에 관련 분야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예술품에 대해서도 기준을 세워 도입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동산 문화재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육성하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관련 국가자격증 제도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는 제도와 시스템은 만들어놓지 않고 오랫동안 관행에만 의존해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가 시장에 개입하고 이해관계로 얽혀 기득권을 챙기는 형국이라는 것.
따라서 유물에 대해서는 진위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있어서 공정함도 하나의 축이다. 엄정하고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진행했느냐는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
도진영 경주대학교 교수는 "자격증 제도의 필요성은 느끼나 방향성이나 방법을 잡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공부를 한 사람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교수는 또, "다른 어떤 부분이 작용해서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정부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문성과 다양성이 보장되고 과학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름의 관련 분야 전공자로서 공인 자격을 취득한 학예연구사가 대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학예연구사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과정에서는 정부 책임이 크다. 이해관계가 가장 적은 곳은 학예연구사다. 공공기관에서 감정평가위원회에 교수 등을 많이 참여시키지만, 지역성은 많이 둔감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하는데 문제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어 "학예사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교육과 감정 기준을 만들어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하는데 관행이나 인적 네트워크 형성 부족 탓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의 감정평가는 일관성이 없어 전국의 모든 유물들에 대해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시스템이나 제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정과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사감이나 어떠한 압력에 의해 이뤄지는 평가를 불식시키는 안정적 장치로써 자격증 제도가 객관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화재청도 동산 문화재 등의 감정평가사 자격증 제도 필요성을 인식했다.
고영주 사무관은 "문화재청에서 인정하는 문화재 수리 기술자, 수리 기능자 자격증이 별도로 있다"면서 "감정평가와 관련해 자격증 제도가 마련되면 문제의 부분을 명쾌하게 처리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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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다만, 내부적으로 여러 부서가 함께 논의하고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자격증 제도와 시험 관련 검토할 부분 때문에 당장의 시행은 어렵다는 점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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