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꿈이에요" 1년째 계속된 고용한파에 늘어나는 '공시족'
코로나 고용한파 지속…2월 취업자 47만3천명↓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 35:1
전문가 "경제 상황 악화 영향"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공무원만큼 좋은 직업이 어디 있나요?", "일단 공무원 되면 미래는 보장되는 거니까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고용 한파가 1년째 이어지면서 공무원을 꿈꾸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청년들은 고용 안정성과 퇴직 연금 등을 이유로 공무원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들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는 악화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청년들이 고용 안정성을 중시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36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47만3000명(-1.8%) 줄었다. 취업자 감소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기간이다.
고용 한파는 청년층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2월 청년층 취업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2000명 감소했고, 고용률(인구수 대비 취업률)은 0.9%포인트 하락했다. 실업자는 4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5000명 증가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8)씨는 "대학 졸업 후 인턴도 두 차례 했고, 공모전 수상도 몇 번 했었다. 주변에서 취업난이라고 걱정해도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줄 알았다"며 "취업 준비 초기에는 대기업에 수십 건의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모두 서류 탈락했다. 이후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췄는데 그래도 서류 합격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청년들이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퇴직 후 연금까지 받기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서는 '꿈의 직장'으로도 불린다.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던 김모(28)씨도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힘들게 취직해도 계속되는 야근과 직장 상사들의 성과 압박에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며 "공무원 합격이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일단 합격하기만 하면 일반 직장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아직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1만2907명(6.9%) 늘어난 19만8110명으로 집계됐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달 21~24일 진행된 9급 공채선발시험 원서접수 결과, 5662명을 뽑는 공개경쟁채용시험에 19만8110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35대 1이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직군별로 다르지만, 최소 수십에서 높게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을 해서 국가 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우수 인재들까지 공무원을 지원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한창 일할 시기인 청년층이 취업보다 공무원 준비에 수년을 투자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커다란 손해를 입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 급증하면서 연간 17조1430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부모 정모(47)씨도 "딸이 고등학생 때 별다른 꿈이 없다고 해서 공무원을 하라고 추천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해마다 세지다 보니 내심 걱정된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일단 뒷바라지를 하고 있지만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딸이 언제 합격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경제적 비용을 계속 지원해주고 있다 보니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아예 구직을 단념하거나 구직에 나서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들도 증가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쉬었음' 인구 271만5천명 가운데 20∼30대는 74만1천명(27.3%)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03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다 규모다.
전문가는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직종을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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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일과 삶의 조화를 꿈꾸는 '워라밸'을 중시한다. 또 경제 상황이 악화할수록 더욱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공무원을 향한 선호는 이어지는 상태"라며 "다만 경쟁률이 높으면 높아질수록 공시생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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