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생전 얼굴 공개
"꼭 공개했어야 했나" vs "수사에 필요한 제보 많아질 것"
전문가 "피해 아동 얼굴 공개, 필요해…그러나 가해자 신상 공개가 우선"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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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아이 얼굴을 왜 공개하나요?", "아이 사진 보니 마음이 더 아프네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생전 얼굴이 공개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아동 인권 보호 등을 근거로 사진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수사에 대한 진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사건 해결을 위해선 가해자의 신상 공개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 시신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사는 외할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친모로 알려진 언니 김모(22)씨는 경찰조사에서 "친부와 오래전 헤어졌고 혼자 애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남겨두고 떠났다"며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DNA) 검사 결과 친모는 김씨가 아닌 아래층에 살고 있던 외할머니 석모(48)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도 이 사실을 모르고 피해 아동을 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석씨가 딸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뒤 딸이 낳은 아이와 몰래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해 지난 11일 구속했다. 그러나 석씨는 검거 후부터 줄곧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MBC '실화탐사대'는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미 3세 여아 사건 제보를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고 아이의 생전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아이의 영정 사진부터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당초 아이 엄마로 알려졌던 김씨가 아이와 재밌게 놀아주며 즐거워하는 장면도 있었다.


영상과 함께 실화탐사대는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2018년 3월30일생 아이에 대해서 아는 분, 사망한 아이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으나 DNA상 친모로 밝혀진 석씨에 대해 아는 분은 연락해달라"고 밝혔다.


사진=맘카페 화면 캡처.

사진=맘카페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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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선 피해 아동의 얼굴을 공개한 것이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피해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으며,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누리꾼들이 아이를 외모로 평가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울산 지역 한 맘카페에서 한 누리꾼은 "아이의 얼굴이 꼭 공개돼야 했을까"라며 "제보를 받으려면 가해자 얼굴을 공개해야 하지 않나. 정인이때처럼 아이 얼굴을 보니 더 슬프다"고 했다.


대구 지역 한 맘카페에서도 "가해자들도 화가 나지만 피해자 얼굴만 공개하는 현 사회도 지긋지긋하다"라며 "죽은 아이는 인권이 없나. 아이의 친부를 찾기 위해서라면 죽은 아이의 얼굴을 공개할 게 아니라 친모 얼굴을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도 안 하고 친부를 어찌 찾을 건지. 출생신고도 없이 이제껏 짧게 살아간 꽃 같은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라며 "우리 딸과 동갑인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1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경북 구미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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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피해 아동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입양 후 부모의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서도 피해 아동의 얼굴이 공개된 후 제보가 쏟아진 바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피해 아동의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이 범죄가 얼마나 잔혹한 범죄인지 더 와닿게 된다. 또 저번에 '정인이 사건' 때 가해자의 얼굴이 비록 공개되진 않았지만, 정인이 얼굴이 공개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나 관심이 더 커졌지 않나. 또 제보도 공개 전보다 훨씬 많이 왔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진행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운영진도 온라인 카페에 '실화탐사대' 영상을 공유하며 사건 해결을 촉구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선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피해 아동의 얼굴을 공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범죄 흔적이 사라지길 바란다"며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미스터리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사건 해결을 위해선 가해자의 얼굴이 공개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 신상 공개를 꺼린다. 아동학대 살인 사건에 한해 가해자의 신상이 공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이어 "다른 나라의 경우, 아동학대범 신상을 공개한다. 국민의 알권리와 안전을 뒤로 하고 가해자 인권 보호에만 앞장서는 게 이해되지 않고 가해자들의 신상정보가 공개돼야 사건에 대한 제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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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우리 협회에서도 정인이를 비롯해 가정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이 세상을 왔다 간 흔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라도 이 아이들의 짧은 인생을 기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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