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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7등급도 '지거국' 합격…'정원 미달' 위기 지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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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 원인
2021년 입시, 정시 모집 인원 > 응시 인원
입시 인구 절벽 현실화…지방대 타격 커
전문가 "입학 정원 감축 필요"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도 이른바 '빵꾸(구멍)'을 통해 상위권 대학 최종 합격에 성공한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도 이른바 '빵꾸(구멍)'을 통해 상위권 대학 최종 합격에 성공한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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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도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이른바 '빵꾸(구멍)'로 알려졌다. 특정 대학 학과의 지원자 수가 입학 정원에 못미쳐, 비교적 낮은 성적의 학생이 합격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문제는 과거 경쟁률이 높았던 우수한 상위권 대학에도 구멍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학령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지방대일수록 해당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험생·대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실상 대학 입학이 실력순이 아닌 '눈치 게임'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좋은 대학 가려고 죽어라 공부하는데" 수험생 '분통'


앞서 지난 21일 한 수능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등급 7·8·5·7·7로 합격한 현 XX대 수학과 상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이번 2021 수능에서 국어 7등급, 수학(가형) 8등급, 영어 5등급 등 점수를 받은 A 씨는 한 4년제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수학과에 합격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지난해 12월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린 지난해 12월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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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주장에 따르면 해당 대학 수학과는 올해 정시에서 19명을 모집했고, 총 지원자 수는 49명으로 경쟁률이 2.58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초기 합격자들이 입학을 미룰 경우, 수능 등급은 현저히 낮지만 합격자 예비 번호를 받은 A 씨가 최종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A 씨의 성적표와 최종 합격통지서를 본 일부 대학생·수험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상 대학 입시가 경쟁률 낮은 학과를 점찍는 눈치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수능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쓴 글에서 "좋은 대학 들어가려고 죽어라 공부하는데 누구는 빵꾸 난 학과 잘 찍어 지거국에 들어간다"며 "물론 어쩌다 한 번 나오는 행운이니까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허탈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방대의 열악한 상황에 놀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학생 B(26) 씨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지거국은 서울에 있는 어지간한 대학들에도 꿇리지 않는 곳이라 들었는데"라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고 할만큼 지방대가 위기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고 했다.


정시 모집 인원 > 응시 인원…학령인구 절벽 현실화


구멍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상위권 대학 일부 학과의 입학 정원에 비해 지원자 수가 적어 경쟁률이 줄어들어, 비교적 낮은 수능 등급을 받은 학생이 최종 합격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신설된 학과라 홍보가 부족해 지원자가 적게 몰리는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일어난 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일부 지방 소재 대학에서 벌어지는 구멍 현상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데 있다. 수도권 집중·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지방대 응시 인원이 정시 모집 인원보다 부족한 이른바 '입시 미달' 현상이 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지거국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입시 미달은 올해 수능에서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162곳에서 진행되는 정시 추가모집은 2만6129명으로 지난해(9830명)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추가모집은 입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추가합격자를 뽑는 제도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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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방일수록 입시 미달 문제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추가모집 인원은 경북(4331명)이 가장 많았고, 부산(3883명), 전북(256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입시 미달 현상은 학령인구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올해 수능 응시지원자는 총 49만3433명으로, 전년(54만8734명)보다 5만명 넘게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5774명이다.


대학이 뽑는 학생 수보다 수능 응시자 수가 약 6만명 넘게 부족하다는 의미다. 결국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대부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가 "수도권·지방대 모두 정원 감축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가 재정난 등으로 폐쇄되는 '지방대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대 붕괴가 현실화하면 대학교 인근 상권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는 물론, 대학이 설립한 여러 연구기관과 협력하는 지역 산업체까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문가는 지방대 붕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대학의 고른 정원 감축, 예상되는 대학 재정 타격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현재 한국 대학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학령인구 자체의 감소인데, 이로 인한 지방대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오는 2024년까지 서울·인천·경기 외 지역의 지방대학 220곳 중 신입생 정원의 70%를 못 채우는 학교가 85곳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지방대는 수입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면이 크고, 지역 상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지방대 위기가 지역 사회에 주는 타격이 크다"며 "이러한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 지방대를 모두 포함해 고른 대학 입학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입시 정원 감축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대학 재정에는 단기적인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부분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으로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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