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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김범석, 쿠팡 몸값 55조원으로 키워낸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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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나스닥 아닌 뉴욕증시 선택
실적 개선·경영 성과 자신감
차등의결권으로 강력한 경영권
WSJ "中 알리바바 이후 최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아시아경제DB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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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내 e커머스기업 쿠팡을 세계가 주목하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은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다. 최근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김 의장이 한국 벤처업계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장은 미국 증시 상장을 결정하면서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강력한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됐다. 향후 공격적인 투자와 고용을 추진하며 쿠팡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1978년생인 김 의장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사를 중퇴했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다가 명문대 출신을 겨냥한 월간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라는 회사를 설립해 성장시킨 후 매각했다.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소셜 커머스 쿠팡을 설립한 김 의장은 2014년 국내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1호로 꼽힌 지 7년 만에 미국 증시행을 추진 중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총 3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아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의장은 10년 동안 대표직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의장으로서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설날인 지난 12일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절차를 공식화한다는 ‘깜짝’ 소식을 전했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당초 미국 증시 데뷔 무대로 지목됐던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를 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나스닥에는 쿠팡이 벤치마킹한 아마존을 비롯해 애플,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들이 입성해 있다. 그동안 누적 적자를 내온 쿠팡은 상장 요건이 까다로운 뉴욕증권거래소보다 발전 잠재력 위주로 보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를 택한 배경에는 향후 실적 개선과 경영 성과에 대한 김 의장의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면 세계 최대 규모의 뉴욕증시가 유리하다.


쿠팡이 국내가 아닌 미국 증시행을 추진한 데는 경영권 방어 수단인 차등의결권 제도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쿠팡은 차등의결권을 통해 김 의장에게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갖는 ‘슈퍼주식’을 부여했다. 김 의장은 지분 2%만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즉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 제시카 알바, 어니스트 컴퍼니의 CPO(Chief Product Officer) 크리스토퍼 개비건(사진 오른쪽부터)이 28일 국내 단독 런칭을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 제시카 알바, 어니스트 컴퍼니의 CPO(Chief Product Officer) 크리스토퍼 개비건(사진 오른쪽부터)이 28일 국내 단독 런칭을 발표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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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소식에 외신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상장 이후 기업 가치가 50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 달 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에서 언급한 300억달러(약 33조원)를 뛰어넘는 규모다. 베일 속에 가려 있던 쿠팡의 경영 실적도 공개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13조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손실은 5800억원으로 전년(7100억원)보다 감소했다.

김 의장은 상장신청서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를 론칭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상품을 제공한다는 고객 중심주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드러냈다.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2025년까지 5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 의장은 쿠팡 창립 10년 만에 유통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꺾이지 않을 470만명의 충성고객(유료회원)을 보유했고, 전국에 100여곳의 물류센터를 구축해 유통망을 확충했다. 롤모델인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꺼리게 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쿠팡 상장 추진 소식에 김 의장이 검은 머리 외국인(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한 쿠팡 모기업의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한국 국적 소유자는 2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눈총을 샀다. 쿠팡은 핵심 경영진뿐 아니라 기업 문화도 미국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김 의장이 지난해 158억원의 보상을 받은 것 또한 국내 정서와는 어긋나는 점이다.


미국 증시 입성을 앞둔 쿠팡은 국내 벤처 생태계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해서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무대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한국판 아마존’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 의장이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리더십과 역할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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