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美 약 사재기 남일아냐,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률 높여야"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코로나 백신 확보 '총성없는 전쟁'
일반의약품 사재기 현상까지 확산
국가 위기 상황 대비체계 만들어야
자력 백신·치료제 개발 우선과제
손실보장제도 등 지원책 마련돼야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 16% 불과
시급 성분 선정해 50%로 끌어올려야
[대담=조영주 4차산업부장, 정리=서소정 기자]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를 위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백신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진행되면서 미국에서는 한때 일반의약품에 대한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40%가 인도에서 생산되는데 인도가 자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서 인도는 물론 미국까지 의약품 사재기 현상이 가중된 것이다. 특히 인도는 중국에 원료의약품을 의존하는데 코로나19로 자국 공급이 우선시되면서 중국·인도는 물론 미국까지 연쇄적으로 의약품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비단 미국만의 사례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원 회장은 "팬데믹이 장기화 하면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들이닥칠 수 있는 일"이라며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지금까지 외국과 달리 의약품 부족 현상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원료의약품에 대한 외국 의존율이 높아 위기 상황시 공급망 붕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등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의약품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면 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의약품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는 커진다. 원 회장은 "국가 위기상황에 대비해 필수의약품은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뿐만 아니라 전체 의약품 시장이 팬데믹 상황이 되더라도 국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기가 희박한 곳에 가면 공기의 소중함을 알 듯 의약품도 마찬가지"라면서 "코로나19가 백신 뿐만 아니라 의약품에 대한 존재감과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을 최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에서 만났다.
-코로나19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감염병 팬데믹 상황이기 때문에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바이오산업의 사회적 가치가 부각됐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자력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생산하는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현재 치료제 15건, 백신 7건의 임상 진행 등 치료제·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비 때문에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총 12조원을 민간기업에 투자했다. 구체적으로 화이자 2조3000억원, 모더나 1조1000억원, 노바백스 1조9000억원 등이다. 한국은 올해 감염병 위기대응력 제고 예산 4400억원 중 코로나19 관련 예산은 2627억원에 불과하다.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손실보장제도 등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신종플루 확산 당시 국내 제약사가 백신을 신속히 개발해 국내 감염병 확산 억제해 기여했다. 그런데 신종플루가 꺾이고 나서 투자 대비 재고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제약사들의 개발 의지가 꺾일 수 있다. 열심히 개발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달라는 의미다. 필수의약품 등 공익적 차원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미국은 신약으로 부가가치를 내고 일반 제네릭은 외국에 의존하는데 코로나19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자 바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상당수 국가가 가성비가 낮다는 이유로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중국 등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74%인 반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6%로 턱없이 낮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 2000여 원료 성분 중 국산화가 시급한 성분 200여개를 선정해 5년 후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해야 한다. 국산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에 대해 약가를 우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생산설비 구축을 지원하거나 세제혜택 등 다양한 정책 수립을 통해 원료의약품 생산을 독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내 제약사는 자본·기술·인력 한계로 기술수출에 그치고 있다.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최종 결과물을 출시해야 하지만 아직 국산 글로벌 블록버스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굵직한 인수합병과 파이프라인 확충으로 글로벌 제약기업 반열에 오른 미국 길리어드나 일본 다케다제약 사례가 국내 산업계 혁신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연구개발의 선택과 집중,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확장, 정부의 메가펀드 조성 등으로 글로벌 후기 임상까지 이어지는 전폭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신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후보물질이 1만개라면 그중 1개만이 시장에 나온다. 확률로 따지면 0.01%다.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얻는 노하우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최근 의미있는 기술수출이 터져나오는 것은 진자운동을 활발히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게 있다면.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고 일관되면서 효과적인 육성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산업육성을 통합·관장하는 대통령 직속 콘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규제와 산업육성 모두를 다루고 있다. 한 부처 내에서 상반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 특성상 적절한 규제는 당연한 것이지만 미래 주력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와 육성 사이 합리적이 조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복지부 내 조직을 보면 복지를 담당하는 1차관 밑에 3실 2국,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2차관 밑에 1실 3국인 실정이다. 특히 보건산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위치가 ‘실’이 아닌 ‘국’에 그치고 있어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나 정책 수립시 한계가 존재한다. 보건산업 담당 부서를 실로 승격해 산업육성이 규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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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협회장에 취임한 후 두 번 연임했다. 장수 회장인 만큼 업계 기대가 클 것 같다.
▲첫 취임했을 때 ‘제약바이오산업=국민산업’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앞으로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3년까지 오픈 이노베이션의 실질적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에 역점을 두고 싶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혁신거점 마련을 준비해왔다. 미국 보스턴에 한국제약바이오혁신센터(가칭 KPBIC)를 설치해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미 MIT 산학협력 프로그램(ILP)에도 현재 10여개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가있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제약사들의 해외 혁신 생태계 진출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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