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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선생님 몸 예쁘다" 교장은 "교사가 참아야" 성희롱 알리자 학교는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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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중 70%는 교직 생활 중 성폭력 겪어
전문가 "학교 내 성범죄 피해 사실 알리기 어려워, 성교육 강화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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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경기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가 제자들에게 상습 성희롱을 당한 후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교내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며, 교내 성폭력 근절과 성폭력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성범죄에 대한 징계 강화와 성교육 등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희롱을 덮고 2차 가해한 학교 관리자에게 징계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한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A씨는 학생들로부터 "모두 있는 공개적인 상황에서 '선생님 자취하세요? 누구랑 사세요? 상상했더니 코피 난다', '선생님은 몸도 예쁘고 가슴…마음도 예쁘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학교 교장에게 털어놨으나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교장으로부터 '예뻐서 그런 거다', '옷을 그렇게 입는 게 문제다', '붙는 청바지를 입지 마라' 등 교사가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듣기도 했다.

A씨는 또 지난 2019년 10월께 소매가 헐렁한 반팔을 입고 수업을 한 날 교장실에 불려갔으며, 이때 교장에게 "반소매가 헐렁해서 안에 브래지어가 보인다고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남색 속옷 맞느냐"는 등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로 인해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기도 했으며, 퇴직을 고려 중일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옥 같은 근무 생활을 지속했고 학생들을 보는 게 끔찍한 트라우마가 됐으며 학생들이 모여있는 거만 봐도 심장이 쿵쿵거렸다"라며 "성희롱 사건 은폐, 2차 가해한 교장의 공무원직을 박탈하고 앞으로 평생 월 연금을 받지 못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희롱을 덮고 2차 가해한 학교 관리자에게 징계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희롱을 덮고 2차 가해한 학교 관리자에게 징계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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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해 학생과 사건을 은폐한 학교 관계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를 방치하고 한술 더 뜬 교장은 면직해야 한다", "속옷 색깔이 맞냐고 확인하는 교장의 말을 듣고 눈을 의심했다", "어떤 제재도 없이 학교에서부터 잘못 자리 잡은 의식이 사회까지 연장될까 우려된다" 등 해당 학교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교직 생활 중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교사는 무려 7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지난 2016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교직 생활 동안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넓은 의미의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0.7%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로는 술 따르기·마시기 강요(53.6%)가 가장 많았다. 이어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 신체 접촉(31.9%)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2.1%는 강제 입맞춤 등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으며, 강간과 강간 미수 등 성폭행 피해 비율도 0.6%(응답자 중 10명)로 조사됐다. 가해자들은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72.9%, 동료 교사가 62.4% 등으로, 대부분 주변 사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에도 세종시의 한 공립초에서 교장이 여교사의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교장은 퇴근 인사차 교장실에 찾아온 여교사에게 "예뻐서 뽀뽀라도 해 주겠다"며 이마에 입을 입을 맞추고, 손으로 왼쪽 엉덩이를 3회 두드리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가해 교장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 돼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렇다 보니, 되풀이되는 학교 내 성폭력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성폭력이 발생했을 시 이를 보호하고 대응해야 할 기관의 관리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고, 피해 사실을 은폐하는 등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는 학교 내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성범죄에 대한 징계 강화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성교육 등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학생이 여교사에 대해 성희롱 발언을 했을 경우 동료 교사나 상급자가 가해자인 경우보다 더 피해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라며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현재 상황과 맞는 성교육 등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교내에서 진행해야 한다. 피해 사실이 확인됐을 때 가해자에 대해 징계를 하는 등의 조치도 제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업무상 위력에 의해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은 성추행 등 죄질이 나쁜 범죄가 현행법상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징역형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며 "징역형이 어렵다면 위자료를 상향하는 등 제도적 조치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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