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차르' 푸틴 최대 위기
주말 시위대 수천명 체포...美 등 서방국가 추가 제재 예고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 2주째
경기 침체로 국민 불만 누적
3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수천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로이터연합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지난 주말동안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2주째 열리면서 수천여명이 체포됐다. 러시아내 경제적 위기와 함께 연일 시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추가 러시아 제재를 예고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동안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나발니 석방과 푸틴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되면서 러시아 당국이 최소 5045명 이상을 체포하고 모스크바내에서만 1600여명의 시민들을 체포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는 지난 2011년 러시아내 시위대 체포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가장 많은 시민을 체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감을 느낀 푸틴이 강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경찰은 이날 시위를 앞두고 시위에 참가하는 행위 모두 불법으로 간주해 참가자들에 대한 강경한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내무부 역시 이날 시위는 허가받지 않은 집회라며 집회에 앞서 시민들에게 시위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했다. 또 시민들의 집결을 방해할 목적으로 모스크바 도심내 7개의 지하철 역과 대통령의 사저인 크렘린 궁전 주변의 도심 길거리를 폐쇄하기도 했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는 "이같은 러시아 당국의 조치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강경한 대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나발니 시위대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나발니를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나발니 시위대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규탄한다"며 "나발니를 비롯해 불법적으로 구금된 인사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장관 도미닉 라브 역시 "러시아 정부가 시민들의 집회권을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푸틴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러시아 정부는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며 이같은 서방 국가들의 비판에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개입해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나발니 체포를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제제의 고삐를 더 죌 것을 천명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 독살 시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직후 동맹국과 연대해 푸틴 대통령의 ‘범죄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할 방침을 예고했다. 주러시아 미국 대사는 이날 러시아 현지방송에 출현해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시행된 대러시아 제재를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나발니를 석방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의 초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대표는 이달 중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관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로 인한 경기 침체는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러시아 현지매체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러시아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이 10% 이상 줄어들었다. 2014년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관련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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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제재 조치로 인해 지난 7년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푸틴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다"며 "나발니 체포가 이같은 여론에 기름을 붓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한편 나발니 측은 시위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2일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은 나발니가 지난 2014년 횡령 혐의와 관련해 선고받은 집행유예 기간을 실형으로 전환할지에 대해 판단하는 공판이 열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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