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 난폭운전 막아달라" 靑 청원 등장
무리한 배차시스템 등 버스 회사 운영 지적도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A 씨. 사진=JTBC 뉴스 캡처

사고를 당한 20대 여성 A 씨. 사진=JTBC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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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시내버스에서 하차하던 승객이 버스 뒷문에 팔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버스 기사의 난폭운전을 막아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참사였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누구라도 이 같은 참변을 당할 수 있어 기사들의 난폭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배차시스템 등 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19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 파주시 법원읍의 한 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20대 여성 A씨가 시내버스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대원들이 출동했을 당시 A 씨는 크게 다쳐 이미 현장에서 숨진 상태였다.


참사 원인은 버스 기사가 승객이 제대로 하차했는지를 살피지 않은 업무 과실 쪽으로 모이고 있다. 앞서 전해진 보도 내용 등에 따르면 사고는 A 씨가 입고 있던 롱패딩의 얇은 옷자락 일부가 버스 뒷문에 끼여 센서가 이를 감지하지 못해 버스가 그대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족과 경찰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롱패딩이 아닌 A 씨 팔이 버스 뒷문에 낀 상태로 버스는 출발했다.

사고가 난 버스는 구형으로 출입문에 센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형 버스는 출입문 계단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와 함께 공기압력 시스템으로 작동해 문에 사람이나 물체가 끼면 다시 열리지만, 사고가 난 버스는 발판의 압력을 감지하는 기능만 있어 문틈에 팔이 꼈는데도 열리지 않아 참변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센서가 A 씨 상황을 감지하지 못했어도 버스 기사가 승객의 안전한 하차 여부를 제대로 살폈다면 이렇게 끔찍한 참변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사고 발생 상황을 종합하면 버스의 구형 센서와 기사의 안일한 업무 태도가 빚어낸 참사로 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카드가 읽히지 않자 다시 카드를 대려고 손을 뻗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버스기사들의 난폭 운전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사진=청원 게시판 캡처

버스기사들의 난폭 운전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사진=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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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급출발하지 않기"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스 기사의 난폭한 운전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비단 A 씨 사고 상황뿐만 아니라 그동안 버스 기사들이 보인 난폭 운전에 대한 불만이 일시에 터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버스 기사의 난폭운전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급출발하지 않기, 정차 후 하차, 하차한 승객 확인 후 출발. 세 가지 버스 문화로 더 이상의 안타까운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원인은 "버스 기사들의 난폭 운전을 법으로 제재하고 이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고자 청원하게 됐다"며 "대부분의 버스 기사들이 급출발, 급정거, 미리 문을 닫는 버튼을 눌러두는 등 승객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운전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숙지와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버스에 탄 승객이 손잡이를 잡고, 의자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 것, 승객들이 하차할 시에 문이 열림과 동시에 닫는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 적어도 이 두 가지의 교통법안만 제정·시행된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적은 버스사고를 이뤄내지 않을까"라고 토로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전 11시30분 기준 1만1374명이 동의했다.


버스차고지.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버스차고지.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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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운임경쟁·배차시스템이 빚어낸 참사라는 견해도


다만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버스 기사의 업무 과실도 있지만, 그 원인으로 배차 환경 등 버스회사의 운영 구조 탓이라는 견해도 있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고를 일으킨 버스 기사는 배차 시간에 쫓겨 안전 확인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은 고질적인 운전기사 인력 부족과 경영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 여건이 제대로 보장이 된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라는 주장이다. 버스 기사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 사고라는 설명이다.


버스는 근로시간 특례업종(근로기준법 제59조)으로 법상 노동시간 한도를 넘어서 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일부 버스 회사에서는 무리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있고 업체 간 과도한 운임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배차시스템이 대형 사고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발간한 '2018년 버스노동자의 근로실태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보면 시내버스 격일제를 운영하는 곳에서는 월 노동시간 221시간을 넘기는 버스운전노동자가 70.4%, 시내버스 복격일제를 운영하는 곳에서는 월 노동시간 221시간을 넘기는 버스운전노동자가 80.4%에 달한다. 281시간을 넘겨 노동하는 인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시내버스 1일 2교대제를 실시하는 곳에서는 75% 정도의 인원이 월 220시간 이하로 일한다. 월 281시간 이상 일하는 인원은 전혀 없다.


이렇다 보니 한국운수사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버스 100대당 사망자 수는 0.57명으로 일본(0.06명)에 비해 약 10배나 된다. 일본의 경우 버스 기사는 출발하기 전 승객들에게 출발을 알리고 운행한다. 또 정차 후에도 안전이 제대로 확보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출입문을 닫고 출발한다.


사고를 당한 A 씨 유족은 버스 회사 운영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누나의 사고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 버스 정류장을 보면 화가 나면서도 답답하고 좀 속상하다"면서 "그 기사 한 명뿐 아니라 버스 회사, 또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그래야만 우리 누나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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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함께 탑승했던 승객들의 신원을 파악해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버스 업체에 대해서도 안전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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