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가 3일(현지시간) 미 의회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스트릭랜드 의원 트위터 캡처. DB 및 재사용 금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미국은 백인의 나라였지만 변화를 시도하는 나라다. 백인들은 기득권을 지키려 하고 있지만 흑인은 물론 라틴계, 아시아계의 약진은 '뉴 아메리카'를 꿈꾼다.
미국에 거주하는 이는 모두 이민자의 후손이다. 1607년 5월 영국을 떠나 지금의 버지니아주 체서피크만에 도착한 104명이 미국의 시초다. 이들은 '제임스 타운'을 건설하고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인디언에게 담배 재배를 배워 성공의 기반을 닦았다. 1620년에는 청교도들이 메사추세츠 주에 도착해 본격적인 이민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제임스 타운을 만든 버지니아 회사는 1619년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데려왔다. 전 세계 대표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가장 아픈 곳인 노예제의 시작이다.
백인, 흑인 모두 고향을 떠나온 것은 매한가지다. 고향을 떠나온 백인들은 신대륙을 기반으로 세계 최강대국을 세웠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노예로 비참한 삶을 살다 해방됐지만 지금껏 상당수가 사회적 약자로 내몰려 있다.
원주민 인디언을 몰아내고 미국을 지배해온 백인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미 인구조사국이 발표한 2019년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미국 인구 3억2800만명 중 백인의 비중은 60.1%에 그쳤다. 라틴계가 18.5%, 흑인 13.4%, 아시안 5.9% 등 순이었다. 특히 16세 이하 인구에서는 백인이 소수인종으로 전락했다. 인구 다양성은 백인에 의한 미국 지배를 꾀한 도널드 트럼프 정권도 무너뜨렸다.
미국 내 시민사회의 힘은 의회 권력에 기반한다. 지역구와 정당도 중요하지만 어느 민족이나 자신들을 위해 일해줄 정치인을 희망한다. 유럽에서의 핍박과 대기근을 피해 이주해온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아일랜드인들이 이렇게 영향력을 키웠다.
저임금 근로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라틴계도 남부를 중심으로 정치 세력을 확대했다. 라틴계인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잠재적인 대선 잠룡으로도 꼽힐 정도다.
아시아계의 미국인들의 정계 진출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아시아계 상원의원은 흑인 혼혈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정도다. 미국인들은 해리스 당선인을 흑인으로 여기지만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후손으로 생각한다. 그의 부통령 당선을 위해 인도인들이 일치단결했다.
지난 3일 개원한 117대 미 의회에서 한인 의원 4명이 '배지'를 달았다. 당은 달라도 한민족이라는 공통분모는 이들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어줄 것이고 미국 정치에서 한인의 힘은 한층 배가될 것이다.
이런 역사적인 자리에 한국계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복을 입고 당당하게 의사당 본회의장에 섰다. 한국계 의원이 한복을 입고 미 의회에 선 것 자체도 처음이다. 그는 정계의 주요 세력인 흑인임을 강조할 수 있었지만, 굳이 한국계임을 택했다. 자신의 피부색이 낯선 한국인들에게도 한국인 '순자'임을 각하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미 정가의 '룰'을 아는 이들은 쉬운 결정이 아님을 강조한다. 다행히도 미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트위터에 한복이 아름답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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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당선된 소말리아계 일한 오마르 의원은 히잡을 쓰고 등원했다. 그를 위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에서 머리에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규정도 바꿨다. 다민족 국가 미국식 포용의 힘이다. 다른 피부색의 국회의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우리 정가의 모습에 비하면 미국의 정치는 몇 수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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