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안으로 파악 불가능한 바이러스
염기서열 해독 시퀀서 통해 식별
英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
차세대 시퀀서·연구기관 공동 노력 쾌거
전문가 "코로나 변이, 지구상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어"
"각국 유전체 감시 기술 강화해야"

23일 인천공항 출국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국제한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3일 인천공항 출국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국제한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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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잉글랜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유럽이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해당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유럽을 포함한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영국과의 항공기 운항을 임시 중단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감염병과의 싸움에서는 바이러스의 변화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이러스는 특성상 자주 변이를 하고, 이 과정에서 더욱 감염속도가 빠르거나 기존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영국 과학자들의 우수한 능력 덕분에 빠른 파악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어떻게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요? 인간은 어떻게 먼지 한 톨보다도 훨씬 작은 미세한 바이러스를 인지할 수 있을까요?


노트북에 연결해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있는 영국 '옥스퍼드 나노포어' 사 민아이온 시퀀서. / 사진=옥스퍼드 나노포어 홈페이지

노트북에 연결해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있는 영국 '옥스퍼드 나노포어' 사 민아이온 시퀀서. / 사진=옥스퍼드 나노포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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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정체 해독하는 '시퀀서'

바이러스를 육안으로 식별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특수한 전자기기를 동원해 바이러스를 인식합니다. 바로 '염기서열분석기'(시퀀서)라고 불리는 장비입니다.


모든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 정보는 염기서열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시퀀서는 염기서열을 해독해 바이러스를 분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시퀀싱은 과거 일부 대형 연구소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 가능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DNA 시퀀서는 미국 '어플라이드 바이오시스템스' 사에서 제작된 '370A 시퀀서'였는데, 기기 자체가 매우 거대할 뿐더러 국가 연구소나 일부 기업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고가의 장비였습니다.


하지만 시퀀서 가격은 최근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하나의 유전체를 작게 잘라 여러 조각으로 나눈 뒤 염기서열 데이터를 해독해 재조립하는 방식의 '차세대 염기서열분석법'(NGS)이 보급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발달한 최근에는 USB 만한 시퀀서를 일반 PC,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미 국립인간게놈연구센터(NIH)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인간 유전체 분석 가격은 약 100배 가까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독보적인 유전체 감시 기술로 변이 조기 발견한 英


시퀀서의 보급 덕분에 인간은 바이러스 유전체를 더욱 자주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시퀀서를 다루고 데이터를 기록할 과학자들이 없다면 첨단 장비도 무용지물입니다. 이번 변이 바이러스의 발견은 영국 과학자들로 이뤄진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연구기관인 'COG-UK'의 노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COG-UK는 유럽에서 코로나19 1차 확산이 벌어졌던 지난 3월4일 영국에서 설립됐습니다. 이들은 영국 각 대학교, 국가보건서비스(NHS), 독립 연구소 등과 협력해 최대한 많은 시퀀서와 연구 인력을 확보한 뒤, 영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를 추적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COG-UK는 지난 3월 영국에 설립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감시 기관이다. / 사진=COG-UK 홈페이지

COG-UK는 지난 3월 영국에 설립된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감시 기관이다. / 사진=COG-UK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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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UK가 일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NHS의 검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확진자 검체 일부를 영국 정부가 COG-UK에 전달합니다. 이 검체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가 포함돼 있지요. COG-UK는 해당 검체를 시퀀싱해서 바이러스 정보를 알아낸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합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COG-UK는 23일까지 15만7439개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거나,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포착하는가 하면, 특정 변이 바이러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 영국에 도달했는지 등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COG-UK의 우수성이 증명된 사례이기도 합니다. COG-UK 수장을 맡은 샤론 피콕 교수는 22일 영 매체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극히 일부 국가들만이 영국의 유전자 분석 능력을 따라올 수 있다"며 "영국은 현재 전세계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시퀀싱 데이터의 '거의 절반'을 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구상 어딘가에서 변이가 발생했다면, 그 변이를 최초로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영국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염성 강한 변이, 언제라도 지구 어딘가 나타날 수 있어"


피콕 교수의 말은 이번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에서 최초로 출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해독 연구의 상당량이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이 가장 먼저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피콕 교수는 영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유전체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바이러스는 언제라도 변이하고 진화할 수 있다. 우리는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더 강화될 것을 예상해야만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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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언제라도 지구 어딘가에서 전염성이 더 강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지만,유전체 감시의 부족으로 보건 당국이 알아차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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