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9개월간 부채 15조달러 증가…총액 원화 환산 땐 31경 달해
전세계 GDP 대비 365% 로 높아져
부채 규모·증가 속도 위험 수준

[이종우의 경제읽기]세계는 지금, 경제에 충격 없이 부채 줄이는 정책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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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부채 증가 상황을 발표했다. 지난 9개월간 세계 각국에서 15조 달러의 부채가 증가해 올해 말에 부채 총액이 277조 달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31경에 해당하는 돈이다. 부채 증가의 영향으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작년 말 320%에서 올해는 365%로 높아졌다. 부채 증가는 선진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50%포인트 이상 증가해 432%가 됐는데 늘어난 빚의 절반이 미국의 몫이었다. 지난해 말 71조 달러였던 미국의 총부채가 올해 말에 80조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빚이 이렇게 늘어난 건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정지되자 여러 경제 주체들이 부채를 일으켜 부족분을 메웠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채는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봉쇄됐을 때 이를 돌파하는 힘이 되었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전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91조 달러 정도 된다. 9개월 사이에 시가총액의 16%가 넘는 부채가 세상에서 만들어진 건데 그 중 일부가 자산시장에 들어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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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증가에 따른 악영향은 앞으로 세계 경제가 갚아야 할 몫이다. 빚은 스스로 발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 대출이 증가할 경우 해당 대출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산가치가 비례해서 커진다. 차입자가 더 많이 생길수록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이렇게 가격이 상승하면 대출 기관은 지금까지 현명하게 대출을 해줬다고 판단하고 더 많은 부동산 대출과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이 적당한 수준에서 끝나면 다행인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부채가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늘어난 후 특정 시점에 문제를 일으키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지난 200년간 전세계 금융위기는 위기 발생 전에 있었던 대규모 부채 증가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사정이 비슷하다. 금융위기 이전 5~6년 사이에 주택 대출이 두 배 이상 늘어 10조6000억 달러가 됐고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주택보다 더 빠르고 크게 늘었다.


부채가 증가했다고 해서 곧바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에 자산 가격 거품과 건설 붐이 최고에 도달했지만 주식시장은 1990년, 부동산은 19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역시 2005년에 주택 건설이 정점에 도달했고 2006년에 주택가격 하락이 시작됐지만 위기가 발생한 건 2008년이었다. 부채로 인한 최대 효과가 나오고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건데 해당 기간 중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어떨까? 부채 규모나 증가 속도 모두 위험한 상태다. 미국 거버너스우즈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GDP 대비 민간 부채비율이 5년간 15~20% 이상 상승하고 GDP 대비 전체 민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으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올해는 9개월 사이에 전세계 총부채가 50% 가까이 늘었다. 증가 속도와 규모 모두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어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부채구조가 괜찮았다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이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기 직후 10년간 각국이 낮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계속해 왔는데 그 영향으로 부채가 크게 늘었다. 금리가 1%가 되면 4%일 때보다 똑같은 비용을 치르면서 4배의 빚을 더 낼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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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부채가 부동산과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현재 미국 S&P500지수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이 25배를 넘는다. 지난 50년간 이 수준을 넘은 건 2000년 IT버블 때가 유일하다. 그만큼 주가가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도 비슷하다. 선진국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고점을 넘었다. 유럽은 2007년보다 20% 이상 높다. 유럽의 시중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사실에서 보듯 채권은 유래없이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세계적으로 두 번의 자산가격 하락이 있었다. 첫 번째는 2000년으로 IT주식에 거품이 생겼다 터졌다. 두 번째는 2008년에 미국에서 부동산이 문제를 일으켰다. 두 번 모두 버블이 특정 자산에만 끼였다 사라졌지만 지금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가격이 붙어 있는 모든 자산의 가격이 높은 상태다. 부채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전방위적인 자산 가격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자산 가격 하락은 다양한 경로로 발생하지만 가격이 높은 상태에서 외부 충격으로 하락이 시작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현재 예상되는 가장 큰 촉발 요인은 금리 상승이다. 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리가 약간만 올라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장 금리가 올라가기 보다 기준금리를 묶어 놓지만 물가 상승과 성장 회복 같은 경제적 요인 때문에 시중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 선진국 정부가 올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국채를 발행했다. 채권 시장의 토대가 약한 만큼 물가와 경기가 변동하면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자산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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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각국 정부의 관심이 부채를 어떻게 줄일지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기에는 현재 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 금융위기 이후 부채를 관리하는 정책에 성공한 선진국은 미국뿐이다. 부채 규모를 크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유럽은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난 초반에 한번 시도를 했다가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 재정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도 있지만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틸 정도가 되지 못했던 게 더 큰 이유였다. 앞으로 금융위기 직후보다 부채 축소가 더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국의 경제 구조가 부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형태가 됐다. 낮은 금리에 익숙해져 가계와 기업이 금리 인상을 감당할 준비가 안돼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부채를 줄이는' 게 정책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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