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그것을 잘 활용한 사람을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로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TV의 대중화는 존 F 케네디라는 젊은 민주당 상원의원이 경쟁자인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부통령을 꺾고 미국 대통령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60년 9월26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대통령 후보 TV 토론은 미국인의 3분의 1인 7000만명가량이 시청했다고 전해진다.
TV를 통해 유창한 언변과 건강함 그리고 자신감을 부각시킨 케네디는 땀을 흘리고 말을 더듬는 것과 같이 허약한 이미지를 노출시킨 닉슨과 뚜렷하게 대비된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했다. 케네디는 또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지만, 닉슨은 케네디만 보고 말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그 후 치러진 선거에서 케네디는 닉슨에게 초접전 승리를 거두며 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 타임지는 TV 토론이 없었다면 케네디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례 중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이 만든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은 호남 기반의 민주당에서 비주류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종 학력도 고졸인 그는 쟁쟁한 학벌과 경력을 지닌 경쟁자들과 비교해 많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결성된 그의 팬클럽 성격의 '노사모'였다. 노사모는 인터넷을 통해 열성적으로 노무현이란 인물을 알리려고 애를 썼다.
당시 노 후보는 2000년대 초반 대중적으로 확산되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대성공을 거뒀다. 케네디와 노 전 대통령의 사례는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지가 그 시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자질이란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게임을 통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바이든 후보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인기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이용해 선거유세를 했다.
바이든 캠프는 선거가 정점으로 향하던 지난 10월 '바이든 섬'을 개장해 게이머 유권자들에게 막바지 선거운동을 했다. 바이든 섬에서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바이든 후보의 아바타와 만나면 '헛소리는 그만(No Malarkey)'이란 선거 슬로건을 보여줬다. 또 그의 홍보물, 가상 사무실 등을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후보자 이름이 적힌 셔츠를 입고 함께 사진을 찍어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바이든의 지지자임을 알리도록 했다.
물론 게임기를 보유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위해 바이든 섬을 투어하는 영상을 게임에 특화된 스트리밍 플랫폼에 제공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바이든의 게임을 통한 선거운동은 게임이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넘어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시대에 IT 문화에 익숙한 유권자를 만나고, 그들의 지지를 이끄는 강력한 매체임을 보여줬다.
4차 산업혁명 진행 중에 치러진 2020년 미 대통령 선거는 게임을 모르거나 적대시해서는 새 시대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선거에 나서려는 우리나라의 많은 지도자 후보도 이번 미 대통령 선거에서 게임의 역할과 게이머들이 표출한 의견을 허투루 여겨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자신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지도자라면 더욱 더 그래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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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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