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궁색한 전속고발제 유지 이유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9일 국회 문턱을 넘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안이 빠진 데 대한 여권의 설명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재계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공정위ㆍ검찰의 동시 수사와 검찰의 별건 수사 등 법 집행 체계에 큰 혼란이 발생하고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라며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기업 규제 3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3법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 같은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더욱이 여당은 경영계 달래기용으로 제시했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허용에 제한 규정을 추가하기까지 했다. CVC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시 CVC가 직접 벤처기업 또는 펀드에 투자한 지분을 총수 일가나 지주회사 밖 계열사에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과 CVC 관련 행위 금지 조항을 어겼을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형벌 규정이 더해진 것이다. 대기업들이 실제 CVC 설립에 나서기엔 제약이 너무 많은 셈이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권을 공정위에만 부여한 제도다. 기업에 대한 고발 남용을 막아 기업활동의 위축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으로 일반 국민과 소비자의 권리 보호에 미흡함이 있다며 전속고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속고발권 폐지론자 중 한 명이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그동안 재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전속고발권 폐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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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여권이 정작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전속고발권 유지로 입장을 바꾼 것은 기업의 부담을 고려했다기보다 정치적 판단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박근혜 정부 적폐 수사 당시 검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추진했던 전속고발권 폐지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추미애 법무부 장관 갈등' 사태에 '윤석열 힘 빼기' 차원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가 구분되지 않은 채 섞이면서 전속고발제 폐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게 됐다. 정치적 판단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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