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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vs 윤 총장, ‘기피’ 관련 법리공방… 법원의 징계취소·집행정지 판단에도 영향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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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유가 공통될 때는 다른 위원 기피 의결 참여 못해”
관건은 윤 총장 기피 신청을 '기피신청권 남용'으로 볼 수 있을지

윤석열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석웅(왼쪽), 이완규 변호사가 10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과천=김현민 기자 kimhyun81@

윤석열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석웅(왼쪽), 이완규 변호사가 10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과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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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징계위원들에 대한 윤 총장의 기피 신청과 이를 기각한 징계위 의결 과정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윤 총장 양측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이고 있다.


징계혐의자의 기피 신청권은 징계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이 보장한 제도인 만큼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뒤 이어질 징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무부·검찰, 대법원 판결 원용하며 법리공방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법무부에서 열린 징계위에서 4명의 위원에 대한 윤 총장 측 기피 신청이 모두 기각된 것과 관련 윤 총장 측은 “기피 신청을 당한 위원이 다른 위원의 기피 의결에 참여해 의결정족수를 채운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해 ‘회피’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회의 개시 전 회피하지 않고 위원들에 대한 기피 의결에 모두 참여한 뒤 회피한 것은 편법적인 방법으로 의결정족수에 관한 검사징계법 규정을 잠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기피 신청을 당한 위원은 자신에 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에 참여한 후 회피하더라도 위 판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아가 “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해 동시에 기피 신청을 함으로써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거나 징계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기피신청이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신청 자체가 기피 신청권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무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윤 총장 측이 제척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사퇴한 위원을 제외한 남은 5명의 위원 중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4명에 대해 기피를 신청한 것이 숫자로 볼 때 많은 위원을 기피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해임까지 의결할 수 있는 징계위원을, 징계를 청구한 당사자인 법무부 장관이 모두 지명하거나 위촉하도록 한 현행 법규정이나 기피 신청을 당한 위원들의 면면을 봤을 때 과연 윤 총장의 기피 신청을 명백한 절차 지연의 목적을 갖고 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물론 윤 총장 입장에서 현행법 하에서는 어떻게 해도 장관의 편에 설 수 있는 위원이 위촉되거나 지명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징계위원 구성에 대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중에 징계 처분이 내려지면 소송으로 다투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문제 삼지 않을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징계위에서 최대한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봐야 하는 윤 총장 입장에선 과거 행보를 통해 정치색이 이미 드러난 위원들에 대한 기피 신청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다.

대법원 “기피 신청권 남용이 아닌 한 공통 사유로 기피 신청된 위원에 대한 기피 의결 참여 못 해”

그리고 법무부가 ‘기피 신청을 당한 위원도 다른 위원의 기피 의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5다34154) 역시 기피 신청이 남용으로 인정된 사례에 관한 판결이어서 일방적으로 법무부 입장이 옳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무부가 근거로 든 판결은 대학교직원의 징계와 관련된 사건으로 대법원은 피고 측의 ‘교직원 징계에 관한 규정’상 기피 조항에 대해 판단하며, 여러 위원이 동시에 기피 신청을 당했을 때 기피 신청을 당한 위원이 다른 위원의 기피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를 설시했다.


재판부는 2009년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는데 내용은 아래 3가지다.


먼저 당시 대법원은 “기피신청은 원래 징계위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서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역시 기피신청 대상자별로 개별적으로 하여야 하므로, 징계위원에 대한 수 개의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라도 신청을 당한 징계위원은 자신에 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령 6명의 위원 중 두 명이 (각각 다른 사유로) 기피 신청을 당했을 때 서로 상대방의 기피 의결에 참석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다음 대법원은 “다만 기피사유가 공통의 원인에 기인하는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의결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앞 사례에서 기피 신청을 당한 두 명의 위원의 기피 사유가 같을 경우 본인에 대한 기피 의결 뿐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한편 징계 대상자가 징계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하여 동시에 기피신청을 함으로써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게 하거나 징계위원회의 결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 그 밖에 기피신청이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 등 기피신청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기피신청 자체가 부적법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의 대상이 된 징계위원이 기피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즉 공통의 기피 사유로 여러 명이 기피 신청이 됐을 때 그것이 명백하게 기피 신청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면, 그 때는 상대방에 대한 기피 의결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날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전날 징계위의 기피 신청 기각과 관련 “변호인은 4명의 위원에 대해 ▲각각의 위원에 해당하는 사유 ▲2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 ▲3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를 기재해 기피 신청을 했다”며 “4명의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이 모두 기피권 남용이라는 이유로 기각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징계위는 그 중 3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에 대해, 1명이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3명의 공통사유로 신청한 것이 기피 신청권 남용이라는 이유로 기각한 것”이라며 “나머지 사유인 2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나 각각의 위원에 해당하는 사유는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3명 혹은 2명의 위원이 공통되는 사유로 기피 신청이 됐기 때문에 이들 위원이 서로의 기피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윤 총장의 기피 신청을 기피 신청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심재철 국장 기피 의결 후 ‘회피’는 의결정족수 규정 잠탈”… 제척된 추 장관 위원장 직무수행도 문제

한편 윤 총장 측은 심재철 국장이 위원들에 대한 기피 의결을 모두 마친 뒤 회피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심 국장이 사전에 회피를 했다면 윤 총장이 2명의 위원에게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로 신청한 기피에 대해 2명의 위원이 서로 의결에 참여를 못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남은 2명의 위원이 기피 의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 이 때는 의결정족수(4명의 과반인 3명)를 충족할 수가 없는 만큼 1명의 위원을 보충했어야 된다는 것이 윤 총장 측 주장이다.


법무부와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의 위원장 지명 등 절차를 놓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무부는 검사징계법이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심의에 관여할 수 없도록 정한 만큼, 심의가 아닌 사전 절차 등에 관여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총장 측은 ‘심의’의 의미는 심의기일에 행해지는 심의로 좁게 해석할 게 아니라 징계 청구로 개시되는 전체 절차로 봐야 하는 만큼 추 장관이 위원장 직무를 수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판에서 판사가 제척될 경우 기일지정 등 모든 절차에서 배제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들은 향후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다투는 재판이 시작되면 법원이 징계 절차의 적법성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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