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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섬우주(島宇宙) 현상과 스타트업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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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먼저 지난 대선의 소홀했던 예측과정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이번 선거에서는 바이든의 승리를 점친 결과가 틀리지 않았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대세론에 기대 예측과정에 공을 들이지 않았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두 번째는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대선결과에 불복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로 인한 혼란을 예상했다. 외신에 따르면 100만명의 미국인이 트럼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시위에 나섰고, 트럼프는 이를 지지하고 독려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학자 미야다이 신지 교수는 트럼프 지지자들처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집단을 만들어 그들끼리만 소통하는 것을 ‘섬우주(島宇宙)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원래 칸트철학에서 나온 말인데 신지 교수가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재사용한 것이다.

섬우주화 현상은 인터넷을 통해 증폭된다. 타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나의 의견을, 그리고 우리의 의견만이 옳은 것이 된다. 앞선 트럼프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트럼프는 재직 당시 자신의 의견에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만으로 관직을 채우고 이들의 의견만을 청취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축출하고 섬우주화를 더욱 강화시켰다. 선거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불복이라는 전대미문의 카드를 꺼내들면서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에서도 섬우주화 현상이 나타난다. 스타트업은 초기 창업후 여러 단계를 거쳐 성장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창업자 본인의 경험과 능력이 회사를 초기에는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지만,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단계에 올라가면 문제시 된다. 시장 및 회사의 규모가 많이 변했음에도 과거 자신의 경험, 그리고 초기 조직구성원들의 의사를 중히 여겨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해 회사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간 대기업 출신 들이 겪는 공통적 유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대기업 출신은 본인의 대기업에서의 경험을 과대평가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존 중소기업의 조직구성원들을 무시한다. 이 경우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보다 조직을 탓하면서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의 창업자와 초기 구성원들은 필요에 의해 대기업 출신을 고용했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지만, 조직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대기업에나 맞지 우리에게는 맞지 않아요”라고 대응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대기업 출신은 회사를 떠난다. 결국에는 원래의 멤버들만 남아서 회사를 경영하게 되고, 성장은 더디고, 회사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올해 정부 16개 부처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지원한 자금은 1조4000억원 규모였다. 창업사업화에 50.4%, 연구개발 35.3% 비율로 지원했다. 여기에는 4차에 걸친 추경은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에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창업지원 예산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은 창업초기단계를 거쳐 성장하면서 매출이 증대하고 고용을 창출한다. 국내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29% 정도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국 평균 생존율 41.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프랑스가 생존율 48.2%로 가장 높았고, 영국 43.6%, 이탈리아 41.8%, 스페인 39.7%, 독일 38.6% 등의 순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는 자금도 중요하지만 마케팅과 연구개발 등 다른 부문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모든 기업의 성공은 사람이 좌우한다. 그리고 사람이 성공하게 하는 힘은 소통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섬우주화 현상을 겪는 것은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경영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영원히 정부의 그림자 속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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