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자리는 결코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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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신(god)이 도널드 트럼프를 바꿀 겁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공화당 인디애나주 위원회의 유일한 여성위원이었던 마샤 코츠는 그의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남편은 당시 인디애나주 상원의원이었던 댄 코츠.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17개 주요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다.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인디애나 주지사 출신인 마이크 펜스와 가까운 사이였지만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아 지지를 망설이던 때였다.

마샤 코츠 역시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여성 편력적이고 바람둥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트럼프의 생각과 행동이 바뀔 것이고 그가 겸손해질 것으로 믿었다. 뿌리깊은 복음주의 신도인 만큼 좋은 길로 이끌면 신을 향해 돌아서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남편을 향해서도 "대통령직과 백악관이 트럼프를 바꿀 것"이라며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지해줄 것을 설득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임기를 바라보면서 마샤는 신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을까. 아마도 "신도 트럼프 대통령을 바꾸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샤 개인적으로는 남편인 댄 코츠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DNI국장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백악관과 대통령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동맹을 겁박하고 적대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그의 외교술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반감을 키웠고 지지세력을 두둔하는 대내 정책은 미국 사회를 분열시켰다. 온갖 비판에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딸과 사위를 보좌관으로 임명했으며 가족소유의 리조트에서 공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등 백악관을 가족사업의 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국가 운영이 시스템이 아닌 지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동안 평화적인 정권이양은 시스템이 아닌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패배자의 아름다운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을 깨닫게 했다. 대선 결과가 나온지 열흘이나 지났지만 트럼프의 입만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미국 정치의 무력한 작동체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이런 현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마저 흔들고 있다. 선거는 민의가 반영된 결과라고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유권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감은 최근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영국 캠브리지대 민주주의 미래센터는 선진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어권 민주국가의 불만 증가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1995년을 기준으로 민주주의 불만족도를 조사하니 올해 미국의 불만은 25년새 30%포인트 이상 늘었고 호주와 영국도 2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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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코츠 부부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확실히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댄 코츠 전 국장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마지못해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아예 입을 닫은 것이다. 마샤 코츠 역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의 4년은 아무리 훌륭한 집권체계도 결국 지도자의 의지에 달렸다는 교훈을 남겼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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