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대중교통 대신 전동킥보드, 전동이륜보드와 같은 개인형 교통수단(PM)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 지역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 조사만 보더라도 지난해(7~12월) 350만여건에 불과했던 이용률이 2020년(3~8월)에는 4.3배 증가한 1519만건에 이를 정도로, 이제 PM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요즘 대세답게 PM의 장점은 많다. 신속성, 편리함, 거리두기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는 최적의 수단이다. 하지만 이용자수의 급증과 함께 잇따라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접수 조사에 따르면 2016년도 50건도 채 되지 않았던 사고 건수는 2017년도 181건, 2018년도 258건, 지난해 890건까지 차츰차츰 늘어가더니 올해 2020년도 상반기에는 약 18배 증가한 886건으로 나타났다. 반 년만에 전년도 사고 건수를 훌쩍 따라잡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의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 위해사례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약 40%에 달하는 수가 머리 및 얼굴을 다쳤고, 그 중에서도 뇌를 다쳐 중상에 처한 경우는 34건에 달했다. 어떻게 부상자의 절반이 되는 수가 '머리'에만 부상을 입게 된 것일까. 경찰청이 조사한 최근 3년간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93.7%와 부상자의 83.2%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모 착용만이 사고 발생 시 머리와 뇌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데도 충격적일 정도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50조 제3항에 따르면 이륜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자는 안전모(인명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운행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2만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이륜자동차에 속하는 전동킥보드 운전자 또한 당연히 안전모 착용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거리를 걷다보면 안전 보호구를 착용하고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각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동 킥보드는 어릴 적 타고 다니던 일반 킥보드가 아니라 '전동', 말 그대로 전기로 작동하는 이륜'자동차'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다시피 전동킥보드 사고는 결코 자동차 사고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사고가 발생하면 훨씬 더 치명적이다. 자동차의 경우 안전벨트, 에어백과 같은 보호 장치가 있고 무엇보다 차체가 운전자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어느정도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전동 킥보드는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기 때문에 사고에 굉장히 취약하다.

AD

국가는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만을 규정할 뿐, 개개인의 목숨까지 챙겨줄 수는 없다. 국가가 개인의 행동과 생각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사회가 아닌 이상 개인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하여 국가에서 정하는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지켜야 한다.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지켜야 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