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서울시 공동기획 [워라밸2.0 시대로]
서울시 일·생활균형 박람회 개최

일·돌봄·생활의 경계 무너져
근로시간·휴가 관련 상담 급증

일과 생활의 기준 재정의 필요
일자리 실종 맞춤형 전략 세워야

제2회 서울시 일ㆍ생활균형 박람회에서 '코로나 시대, 일ㆍ생활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가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국미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차해영 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사업조정국장, 홍진아 빌라선샤인 대표.(제공=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2회 서울시 일ㆍ생활균형 박람회에서 '코로나 시대, 일ㆍ생활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가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국미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차해영 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사업조정국장, 홍진아 빌라선샤인 대표.(제공=서울시여성가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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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재택근무·육아휴직처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온 것들이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일·돌봄·생활의 세계가 구분됐다면 이제는 그 경계가 무너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균형을 추구할 것인가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서울시 일·생활균형 박람회'에서 '코로나 시대, 일·생활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 진행을 맡아 이처럼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사회적 돌봄은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일단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운 형태의 노무 상담이 급증했다고 한다. 서울 16개 자치구 권역별 노동자종합지원센터와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수행한 1만5237건의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코로나19와 관련한 상담은 남성보다 여성 비중이 높았다. 30~40대의 비중도 높은 양상을 보였다. 이혜수 서울노동권익센터 사업조정국장은 "통상 임금 체불 상담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징계나 해고, 근로시간, 휴일·휴가 관련 상담의 순이었다"며 "그런데 올해는 근로시간, 휴일·휴가 상담이 대폭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고용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징후도 많다. 차해영 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같은 주제의 콘퍼런스에서 "청년은 경력이 없어도 되는 서비스직이나 일용직 근무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유형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면서 "문제는 이런 현상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차 위원장은 일·생활 균형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꼬집었다. 모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면서도, 취업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면서도 '출근하면 퇴근을 기다리고, 입사하면 퇴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차 위원장은 "일이란 무엇이며, 그에 상응하는 개념으로서 생활은 무엇인지 우선 그 기준부터 재정의해야 한다"면서 "이후 개인마다 다른 욕구를 파악해 맞춤형으로 일·생활 균형을 추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사회적 맹신 붕괴
남성 생계·여성 가사 통용 안 돼
시간·공간·물리적 분리 어려워
정형화 된 고용 관계 인식 달라져야

코로나19 상황은 돌봄이란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돌봄은 누구의 몫으로 규정돼 있는지 등을 여실히 보여준 기회가 됐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모든 집합시설을 폐쇄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가족의 기능을 맹신했다는 방증"이라며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사회가 어려움에 닥치면 가족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 아동의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끼니를 못 챙기는 아이들이 다치는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돌봄 기능을 가족에게 안심하고 맡겨도 된다는 생각이 깨져버렸다"며 "제조업 기반의 산업화 사회에서나 가능하던 남성 생계, 여성 전업주부 모델을 적용한 잘못된 판단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국민은 이미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복지관 등과 같은 기관에서부터 여러 제도적 지원까지 사회적 돌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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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미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등장하는 여러 형태의 직업에 대응할 일·생활 균형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분리가 어려워지는 상황, 특정 사업장에 속하지 않는 노동자 양산 등이 새롭게 등장한 현상들"이라면서 "기존의 정형화된 고용관계 개념에서 벗어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개입도 중요하다고 했다. 국 선임연구원은 "지자체가 갑자기 성평등, 일·생활 균형, 성희롱 예방 등 이슈를 사업주에게 제시한다면 반길 곳은 없을 것"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지자체 내 경제·산업·노동 관련 부서와 협력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에 달라진 일·생활균형…돌봄 가치는 더 높아져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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