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 "생태계 고사시키는 공정위 판단에 깊은 유감"
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엔젤투자협회 '공정거래위원회 배민-DH 결합심사 관련 입장' 발표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스타트업 업계가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하는 우아한형제들(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DH) 간 기업결합은 불승인에 준하는 이례적인 조치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엔젤투자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배민-DH 결합심사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업계는 "공정위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판단의 재고를 요청한다"고 했다.
업계가 공정위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배경은 디지털 경제에서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음식배달은 글로벌 합종연횡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글로벌 음식배달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해 2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은 배달음식 플랫폼 딜리버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바바도 중국의 1위 음식배달 플랫폼인 어러머를 인수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 네덜란드 배달앱 업체 테이크어웨이가 점유율 2위 업체 그럽허브를 인수하고 지난 7월 점유율 3위 업체 우버이츠가 4위 업체 포스트메이트를 인수하는 등 업체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어느 시장보다도 빠르게 개편되는 중이다.
국내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0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아한형제들과 DH 간 인수합병이 발표된 1년 전과 비교해봐도 국내 배달시장은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신규 사업자가 등장했고, 배달앱 기업이 아닌 오픈마켓 사업자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배달시장에서 오픈커머스, 인터넷포털, 대형유통업체 등 인접 시장의 진입 가능성도 증명됐다. 업계는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합종연횡 국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 결정은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지난 2009년 공정위의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최종 승인 사례도 거론했다. 공정위가 '오픈마켓 시장은 역동성이 강하며, 경쟁제한의 폐해가 미치는 범위가 국지적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년의 오픈마켓 시장 상황은 당시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오픈마켓 시장에 적용된 기업결합 승인 판단의 근거는 배민-DH 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업계는 강조했다. 업계는 "11년 전과 비교해 관련 시장의 역동성이 훨씬 커진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판단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업계는 또 스타트업에 엑시트(회수 시장)가 없다면 생태계 자체가 고사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국내 스타트업을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배민과 DH의 기업결합 심사가 1년 넘게 지체되면서 이미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추가하는 부정적인 신호가 전달되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실제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벤처캐피털(VC)이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경우 중 M&A 비율은 0.7%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 엑시트의 97%가 M&A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길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의 대표 유니콘인 배민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의 M&A를 통한 글로벌 엑시트라는 상징적인 사안이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라는 것이다.
업계는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자유롭고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공정위의 판단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립과 퇴행을 추동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어 "법인의 전면 매각이라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도 산업계와 사전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문제도 제기된다"며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최종 결정으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기업이 국내 혁신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고,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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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엔젤투자협회 등 업계는 "공정위에 배민-DH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토론회나 공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요청한다"며 "국내외 시장 상황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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