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주택시장의 KF94, 분할상환 전세대출을 아시나요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원장 권오훈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얼마 전 학업을 다 마친 20대 후반의 두 딸들이 결혼을 안 하고 우리 부부와 계속 같이 살겠다는 말을 했다. 이제는 독립도 사치라며 말을 돌린다. 제 힘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고, 부모에게 손을 내밀자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가 보다. 이게 불행인 지 다행인 지 가치혼돈이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약 14%는 증여나 상속을 통해 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또한 부모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가구는 주택구입자금의 50.1%, 임차보증금의 80.8%를 지원 받았다고 응답했다. 고령화의 중심에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노후준비와 부모찬스까지 마련해야 하는 부모세대들은 은퇴 이후에도 쉬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부모찬스를 기대할 수 없거나 거주공간을 마련하기에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니 자녀가 독립할 시기가 되면 부모 자식사이에 거리두기가 생기기도 한다. 그 답답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 있다. 확실한 백신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 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까지 닮았다.
주거 공간 마련을 할 수 없다고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부모찬스가 없다면 대출찬스가 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이긴 하지만 말이다. 세 들어 사는 마당에 대출까지 받느냐는 소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요즘 세대에게 단칸방 운운하는 건 거리두기를 넘어서 거리 벌리기다. 소위 '라떼 세대'인 필자의 경우도 신혼생활의 시작은 아파트였으니 할 말이 없다.
대부분의 전세대출은 전세 계약기간에 맞춰 대출기간도 2년이고, 집 담보가 없으니 신용대출처럼 대출기간이 끝날 때 한 번에 갚아야하는 일시상환 방식이다. 매달 이자만 내다가 2년 뒤 전세가격이 오르면 또 대출받아 올려줘야 한다. 아니면 썩 내키지는 않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러다보니 젊은 신혼부부에게 자산형성은 고사하고 늘어난 대출금만큼 한숨도 늘어간다. 달콤하고 희망 섞인 신혼생활은 어느새 불안과 불만으로 감염된다.
최근 분할상환방식 전세대출이 새로 나왔다. 매달 대출이자를 갚아 나가는 건 똑같은데 대출원금까지 함께 갚는다고 해서 분할상환방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만기가 비교적 짧고(보통 2~4년), 상환 여력이 부족한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대출원금의 5%부터 원금상환비율을 정할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5%가 아닌 10%, 20%를 갚겠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출이자 내기도 팍팍한데 무슨 목돈 마련이냐 또는 여유가 되면 적금 들었다가 타면 되지 굳이 대출 갚을 필요가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따져 볼 일이다.
첫 번째 장점은 고금리 비과세 적금 기능이다. 저금리상황이다 보니 은행권 적금의 경우 1%대가 대부분이고 만기 때 내야하는 세금은 별도다. 이 전세대출의 이자율이 2~3%이니 이를 갚아나가면 고금리+비과세 적금과 다를 것이 없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으니 연말 보너스인 셈이다. 이자만 내는 전세대출은 그 공제금액이 매우 적었다. 분할 상환한 원금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데 공제한도가 600만원이니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비과세를 넘어 세금환급이 딱 맞다.
두 번째는 강제저축 기능이다. 돈이란 보이면 써버리기 마련이라 웬만한 결심이 서지 않고는 매달 따박따박 저축하기가 쉽지 않다. 편한 집 놔두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은 자기강제 즉 의지를 구입하는 셈이다. 이자만 갚는 것에 비해 매월 상환하는데 부담이 되겠지만 대출기간이 끝나면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돈에서 줄어든 대출만큼 목돈이 생기니 월급에서 자동이체로 대출계좌를 연결하면 대출을 갚으면서 동시에 저축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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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최근 주택시장의 불안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온 겨울 만큼이나 춥고, 코로나19처럼 공포로 느껴진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오래다. 생각보다 빠르고 강하게 다가온 이 감염병은 공포였다. 그동안 자발적인 자기방역 덕분에 그 공포는 불안으로 내려앉아 다행스러운 모양새다. 일등공신은 단연 마스크다. 마스크의 불편과 갑갑함은 백신에 대한 희망으로 참을 만하다. 백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막 주거사다리에 올라선 젊은 부부들에게 분할상환방식 전세대출이 명품 마스크가 돼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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