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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차등제 '딜레마'…가입자도 업계도 '외면'(종합)

최종수정 2020.10.28 15:36 기사입력 2020.10.2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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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차등
과거 가입한 실손 보험 좋다는 인식 여전

실손보험료 차등제 '딜레마'…가입자도 업계도 '외면'(종합)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2012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최상직(41ㆍ가명)씨는 얼마전 보험사로부터 '착한 실비'로 갈아타라는 연락을 받았다. 최씨가 가입한 상품과 보장 내용이 다르지 않은데 보험료는 더 저렴하다는 설명이었다. 최씨는 보험설계사인 지인에게 갈아타는 것이 좋은지 물어봤지만 "절대 갈아타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씨는 "설계사는 내가 가입한 보험이 3년 갱신으로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고 자기부담금도 10%로 낮아 지금의 실비보다 보장조건이 좋다고 하더라"며 "이런데도 보험사의 권유에 갈아탔다면 나만 손해를 볼 뻔했다"고 어이없어 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급증한 가운데 내년부터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제도가 추진된다. 일각에선 고령층과 중증질환자의 경우 보험료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보장 조건이 좋은 기존 실손보험을 무조건 유지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여전해 보험료 차등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개인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466만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표준화 전ㆍ후 실손보험은 약 2806만건으로 80%에 육박, 실손보험 계약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일부와 비급여 전체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판매 시기에 따라서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전' 상품과 같은해 10월부터 2017년 3월 판매된 '표준화 실손',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신실손(착한실손)' 등으로 구분된다.

신실손은 급여의 10%, 비급여의 20%에 달하는 본인부담금이 있다. 또 MRI나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는 70% 보장으로 본인 부담 비중이 높다. 특히 15년 마다 보장 조건이 변경될 수 있어 재가입 시 손해를 볼 수 있다.


실손보험료 차등제 '딜레마'…가입자도 업계도 '외면'(종합)



보험료 10% 저렴한 4세대 보험 등장 예고

금융당국은 착한실손 보다 평균보험료가 최대 10.3% 저렴한 4세대 실손보험 개편을 추진 중이다. 보험연구원은 실손의 급여 진료항목을 보장하는 기본형과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특약형으로 나누고, 비급여 이용량이 많을 경우 특약형 부분의 보험료가 할증이 이뤄지게 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제안했다.


특히 급여와 비급여 보험료의 자기부담률을 현재 10%와 20%에서 각각 20%와 30%로 올리는 방안도 논의 중에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손해율이 급증한 '표준화 전ㆍ후' 실손보험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상품 구조가 개선된다고 해도 현재 가입자에는 적용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가입자에게 계약 전환을 권유하지만 이에 응하는 소비자는 드물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러 차례 제도를 개편해왔지만 그 때마다 과거 실손보험이 좋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기존 실손보험을 변경하지 못하면 차등제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의료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비급여항목을 제외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11월 중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방안을 최종 확정·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4세대 실손보험이 일부 가입자에겐 보험료 인상 효과를 주지만 대다수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손보험은 일부 환자들과 병원의 과잉진료에 따른 높은 손해율과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 가입자간 형평성 문제 등도 발생하고 있다. 실손보험의 상품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급여 이용에 따른) 할증등급이 적용되는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일부인 반면 대부분은 무사고자(할인등급)이므로 대다수 가입자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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