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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삼성 경영진이 본 이건희 회장은…

최종수정 2020.10.26 11:32 기사입력 2020.10.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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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같던 삼성, 세계 1등 꿈 이룬 영웅"
"경영인에 앞서 실천하는 철학자" 이 회장 확신 통해 '신경영' 혁신 시작
"월급쟁이 천국 만들어주겠다" 상상초월 보상으로 주인의식 고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포장마차 같던 삼성에서 세계 1등의 꿈을 꾸고 당대에 이뤄낸 시대의 영웅이자 호걸이다. 집념과 돌파력이 대단하며 겁이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수십 년을 보좌한 최고경영자(CEO)의 인물평이다. 병상에만 6년여를 누워 있다가 갑자기 별세한 이 회장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 CEO는 TV와 스마트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 1등의 씨앗을 뿌린 이 회장에 대해 한계 상황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적 같은 경영인이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고인의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높이 샀다. 이 회장의 눈높이는 항상 10년에서 30년 앞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1987년 호암 이병철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당시 이 회장이 세전이익 2000억원 수준이던 삼성을 1조원 규모로 덩치를 키우자는 당돌한 발언을 했을 때, 모두가 그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1조원이 넘던 날 이 회장은 다시 10조원 돌파를 외쳤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낸 것을 지켜봤다.


또 다른 전직 삼성 계열사 CEO는 이 회장을 '실천하는 철학자'라고 기억했다. 이 회장은 뛰어난 경영인이기에 앞서 실천가이자 철학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 혁신은 참모진의 건의를 리더가 수용해 전개되는데 삼성의 신경영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의 확신을 통해 삼성의 혁신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오히려 이 회장의 신경영 전략에 찬성한 참모진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당시 분위기를 생생히 전했다. 이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이후 임직원 1800여명을 대상으로 2개월에 걸쳐 교육에 나선 것도 설득 작업이었던 셈이다. 이 회장이 신경영 철학 설파에 350시간, 풀어 쓰면 A4 용지 8500매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을 투자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CEO는 "리더가 자유와 책임을 주면서 추진하니까 나중에는 몇 배의 가속도가 붙었고 이것이 바로 삼성 신경영 성공의 핵심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초일류 DNA를 심고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삼성을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이 회장의 수많은 성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실천하는 철학자'였던 고인의 개인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회장을 30여년 곁에서 보좌한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그를 '철학자'로 표현했다. 윤 부회장은 한 언론을 통해 "고인은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뜻을 체화(體化)한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든 그 업(業)의 속성을 알고 그것에 따라 일하기를 원했다"고 회상했다.


삼성에 근무할 당시 '신경영 전도사'로 통했던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순간을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책을 만들어라, 용어집을 만들어라, 젊은 직원들 모두 볼 수 있게 관련 내용을 만화로 만들라"는 이 회장의 주문을 이행하는 작업을 맡았다.


"월급쟁이 천국을 만들어주겠다"던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동업자로서 주인의식을 확고히 심어줬고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은 오늘날 삼성을 만든 또다른 원동력이 됐다고 다른 CEO는 얘기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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