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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프다니까요" 병가도 눈치보는 직장인들 '한숨'

최종수정 2020.10.20 12:52 기사입력 2020.10.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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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6명 "직장 내 유급 병가제도 없어"
일부 직장인 정상 출근…'아프면 쉬기' 운영은 여전히 '미흡'
시민단체 "연차 휴가 사용, 선물 아닌 직장인 권리"

서울 강남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 직장인 김 모(27) 씨는 최근 오한·발열 등 증상으로 무급 병가를 사용한 뒤, 상사의 눈치를 살피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일 아침이나 회의시간마다 상사로부터 '맨날 아픈 것 같다', '병가를 왜 쓰나', '다들 병약하다고 생각한다' 등의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매일 아파서 결근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 아파서 쉰 거였는데 저런 취급을 받았다"며 "없는 제도를 만들어서 쉬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있는 무급 병가를 사용한 것뿐인데 너무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이어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모든 부서원들에게 '아파도 참고 출근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에 따라 재택근무, 유연근무제를 종료하고 정상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직장 내 '아프면 쉬기' 등 방역수칙이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사내 분위기, 상사 및 직장 동료 눈치 등으로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이른바 '직장 내 눈치법'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노동자가 아플 때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일터에 대해서는 다양한 환경에 처한 곳들이 많아 방역수칙의 준수 부분들이 상황별로 미묘하게 다를 거라고 보고 있는 중"이라며 "그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방역수칙에 대해서 이해도가 올라갔고 각 부분에서 이 방역수칙들을 준수하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잘되고 있는 일터도 있고 잘 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플루엔자, 하절기 계절 독감이 유행할 때부터는 좀 더 각 직장에서 신경을 쓰면서 증상이 있는 분들이 출근하지 않는 쪽으로 준수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기업들과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며 '아프면 쉬기' 실천을 강조했다.

이같은 보건당국의 권고에도 일부 직장인들은 '아프면 쉬기' 등의 실천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절차상 상급자의 허가가 필요한 데다, 동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연차·병가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장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아플 때 쉴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62%가 "회사에 유급 병가제도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39.9%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상병수당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83.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병수당제도는 아파서 일할 수 없는 동안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을 통해 지원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지만, 미국의 경우 주정부 법에 근거한 유급 병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파서 쉰 노동자'의 비율은 유럽국가 평균보다 훨씬 낮다는 조사도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지난달 발간한 '우리나라의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는 노동자의 비율(23.5%)은 아파서 쉰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9.9%)의 2.37배로 조사됐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 평균인 0.81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의 보호를 위한 관련 부처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27일 "연차 휴가는 사장의 선물이 아닌 직장인의 권리"라며 "사용자는 노동자가 연차 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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