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사망, 코로나19로 미뤄져온 장례식
장례식에 21억원, 국립대 등에 조기게양ㆍ묵념 요구

지난해 11월 29일 도쿄 유라쿠초의 한 TV 화면에 나카소네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나오는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9일 도쿄 유라쿠초의 한 TV 화면에 나카소네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나오는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사망한 일본 우파 정치인의 원조로 꼽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장례식을 17일 개최한다 밝히고 거액의 장례비용과 국립대학들에 조기게양 및 묵념을 요구하는 등 추모분위기를 띄우면서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불필요한 조치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16일 NHK 등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17일 열릴 나카소네 전 총리의 일본정부와 자민당의 합동장과 관련, 문부과학성이 전국 국립대학에 조기 게양과 묵념 등 조의를 표할 것을 요구하는 통지를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국립대와 소관 독립행정법인 등에 가토 장관 명의의 문서를 첨부해 "이런 취지에 따라 잘 대처해달라"는 통지를 보냈다. 아울러 지역 광역자체단치 교육위원회에도 "참고로 알려드립니다"라며 가토 장관 명의 문서를 보내면서 기초자치단체 교육위원회에도 주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총무성도 지난 7일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에게 "정부의 조치와 같은 방법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도록 협력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발송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사망한 나카소네 전 총리의 일본 정부ㆍ집권 자민당 합동장은 당초 올해 3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기된 바 있다. 사망 후 거의 1년이 다 되서야 치뤄질 이번 장례식은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최고급 호텔인 그랜드 프린스 신다카나와에서 열릴 예정으로 1억9000만엔(약 21억원)이 소요될 계획이다. 장례식 비용 중 절반은 일본 정부가 일반예비비로 부담하고 나머지를 자민당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립대 등에 조기게양과 묵념을 통한 조의표명까지 정부가 요구하면서 일본 각계의 비난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입헌민주당 등 일본 야당은 국립대 등에 대한 조의 표명 요구는 교육의 중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전날 열린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나카소네 전 총리 조의 표명 요구는 교육기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학교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가토 장관은 이에 대해 "조의 표명을 할지는 관계 기관에서 자주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강제를 수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나카소네 전 총리에 대한 조의 표명에 대해 "특정 정당 지지를 위한 정치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문부과학성도 교육의 중립성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문부과학성이 국립대 등에 직접 조의 표명을 통지한 사례는 과거 3차례 있었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열린 합동장인 2007년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의 장례식 때는 이러한 조의 표명 요구가 없었다. 이로인해 스가 내각의 나카소네 전 총리 추모 분위기 띄우기는 편향적이고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타 데루유키 일본대 교육학 교수는 "지금 시대에 걸맞지 않다"며 "정치인 장례식에 정부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폭넓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D

이러한 각계의 지적에도 무리한 추모 분위기 조성은 나카소네 전 총리가 일본 우익의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카소네는 1982년 총리로 취임해 4년 11개월 동안 재임했으며 1985년 8월15일, 일본 총리로서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